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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mita Dec 30. 2022

혹시 나 ADHD 아닐까?

ADHD임을 확신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

내가 ADHD임을 짐작하기까지 20년 넘는 세월이 걸렸고, 짐작에서 벗어나 확신하는 데에도 거의 반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 방문했던 정신과 의사 선생님께서 어린 시절에 진단받지 않았는데 성인이 되어서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면서 ADHD일 가능성은 없다고 말하셨음에도 스스로 ADHD임을 확신하는 데에는 많은 의심, 추론, 용기, 결단이 필요했다. 짝사랑녀나 썸녀와의 관계에서 ‘혹시…? 정말 나를…?’ ‘설마… 얘가 나를…?’ 오묘한 감정과 기운이 오고 갈 때보다 더 짜릿하고 역동적이고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썸이나 사랑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다. ADHD 확신은 과거, 현재, 미래 모두를 걸고 베팅하는 한 판 승부가 아닐 수 없다. 판돈이라곤 감정, 자존심, 확신, 결심 따위의 것뿐이라 도박처럼 잘못 베팅한다고 인생이 망하는 건 아니지만 참 이상하게도 피망 섯다 할 때보다 베팅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성인이 되어서 ADHD를 발견하기 무척 어려운 이유가 몇 가지 있다.


1. ADHD 증상이 성격처럼 굳어진 경우이다.

사실 성인쯤 되면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심각한 수준의 ADHD 증상은 나름대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웬만큼은 생긴다. 주변에서도 그저 특이한 사람정도로 취급하지 이 사람이 일종의 disorder가 있다고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ADHD 성향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복잡하고 지나치게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가 그런 경향을 부채질한다. 그래서 정말 ADHD인 건지, 그저 성격이나 일시적인 환경에 의해서 그러한 것인지 구분하기 쉽지가 않다.


2. ADHD에 대한 오해 및 무지이다.

말 그대로 ADHD에 대해 몰라서 생기는 문제이다. ADHD가 얼마나 흔한 disorder인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도 모르고 심지어는 내가 ADHD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ADHD 특성상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메타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지니 당연한 문제이다. ADHD에 대한 오해 또한 한 몫한다. 예를 들어 서울대 치대라면 ADHD가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오해 말이다. ADHD와 지능은 관련이 없다.


3. ADHD 증상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이다.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사실 그렇다면 ADHD는 큰 문제가 아니다. 내 주변에도 ADHD로 의심되지만 정신적으로 나름 건강하게 살아가는 지인들이 있다. 나도 대학 입학 후 1년 반 동안은 크게 문제없이 살았었다. 문제는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 닥쳤을 때이다. 시험을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거나, 연애를 하거나, 중요한 업무 등을 맡게 될 때 ADHD는 큰 골칫거리로 작용한다.


4. ADHD임을 인정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매우 큰 용기를 요한다.

ADHD임을 인정하는 것은 내가 남들과 다른 소수자임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장애 등급은 없지만 일종의 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직면하기를 피하고 문제를 더욱 키워 나간다. 분명히 말해둔다. ADHD 치료는 시간은 걸릴지언정 우리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첫 발걸음이다.


ADHD임을 확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인 ADHD 자가진단 테스트나 성인 ADHD 특성에 대한 다양한 기사, 자료, 책 등이 도움이 된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성인 ADHD 테스트는 비록 100% 전문성을 갖춘 것은 아니고 나도 진단받기 전 해본 적은 없으나 최근 혼자 해본 결과 ‘36점 매우 의심’ 결과가 나온 걸 보면 믿어서 밑져야 본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의 다양한 ADHD인들의 고민과 정신과 방문 후기도 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 티스토리 ADHD 블로그의 난독증에 대한 아래글이 ADHD를 확신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뢰할 만한 정신과 전문의를 방문하여 공식적인 검사 및 진단을 받는 것이다.

모든 정신과 의사가 성인 ADHD에 빠삭한 것은 아니다. 성인 ADHD 커뮤니티 ‘에이앱’에서는 ADHD 동지들의 각 지역별 정신과 후기를 확인할 수 있다. 나 또한 이곳에서 찾은 정신과를 몇 개월째 다니면서 약물 치료를 하는 중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이유는 모르겠는데 내 인생이 남들과 다르고 잘못되었다고 생각되었을 때, 불안, 강박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음에도 문제의 근원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즉 총체적인 인생의 문제의 근원을 찾지 못했을 때 ADHD임을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기적을 강렬하게 경험했다.


ADHD는 완치가 아닌 관리가 필요한 평생의 동반자이다. 그렇기에 완벽하게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원인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만들어내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ADHD 치료는 총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에 정신과 방문 또한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첫 발걸음을 잘 내딛는 순간 희망을 갖게 되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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