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가 되겠다고 잘 다니던 교직을 4년 만에 그만둔 나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등단'이라는 타이틀이었다. 나는 이미 학원을 다니며 소설을 쓰고 있었고, 선생님과 문우들도소설이 좋다고 칭찬을 해 줬지만, 나는 내 스스로를 '소설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신춘문예나 문학 계간지의 공모전에서 당선이 되는, 이른바 '등단'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시대가 변해서 독립출판이나 전자출판이 늘어나고 있고, 그런 경로를 통해 작가가 된 사람들은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르며 열심히 자기 책을 홍보하고 있다. 물론 나는 그런 자세가 멋있다고 생각하고, 나 또한 올해 신춘문예까지만 도전해보고 내년부터는 내 작품을 스스로 팔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애써 쓴 작품이 발표되지 못하고 썩어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글을 써서 먹고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생계 활동을 하면서 글을 쓰기엔 쓸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나 심적 여유가 부족해진다. 글 구독 서비스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월간 이슬아'의 이슬아 작가 또한, 그런 생각 때문에 글 구독 서비스를 생각해 낸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소설' 분야에서 구독 서비스를 해보리라 생각했다. 소설 한 편, A4용지 10장 내외의 단편소설 하나에 3천 원 정도 받으면 구독자 1천 명일 경우 300만 원이고 두 달에 한 편 정도 쓰면 생계는 어찌어찌 해결되지 않을까 싶어 계산기를 두드려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언제나 마음속으로는 회의감이 들었다. 당선이 되지 못했다는 것은 내 작품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얘기일 텐데, 그런 작품을 팔아봤자 누가 사볼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자 역시나 '등단'이란 타이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소설가와 문학평론가들이 내 작품을 읽고, 이 작품은 당선될 만하다고 평가를 내려주기를, 그들의 권위와 인정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올해 5월 말, 문학 계간지 세 곳에 투고를 했다. 작년에 모 신문사 신춘문예에 투고했다가 떨어진 작품 하나와 올해 학원을 다니며 새로 쓴 작품 두 편을 묶어 응모했다. 이번에 새로 쓴 작품이 너무 좋다며 선생님과 문우들이기대치를 한껏 올려놨다. 하지만 작품을 보낸 지 한 달,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어느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보통 한 달 정도 후에 당선자에게 미리 통보가 가기 때문에 한 달 하고도 삼 주가 지나자나는역시 떨어졌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파스타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중에 나는 '실천문학사' 측으로부터 당선 통보를 받고야 말았다. 그것도 내가 작년에 투고했다가 떨어진 작품으로 말이다!
그때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실감도 잘 나지 않았고 오만가지 생각과 감정이 오갔다.
등단이라는 타이틀이 너무 간절하긴 했지만 또 막상 되고 나니 이제 바로 실전이라는 생각에 습작 기간이 짧은 것이 아쉬워지기도 했던 것 같다. (간사한 사람의 마음ㅋㅋ)
하지만 기쁜 일은 기쁜 일이다!
나는 가족들과 가까운 친구들에게만 등단 사실을 알리고 책이 나올 때까지 얌전히 숨을 고르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드디어 책이 나왔다!
(사실 등단 사실을 브런치 독자님들께 알리고 싶어 슬쩍 다시 연재를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 그런데 최근에 여기저기에서 축하를 받고 사람도 만나고 다니느라고 목요일 연재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앞으로는 브런치에 어떤 글을 올리고 어떻게 활동을 할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퇴사 결심에서부터 퇴사 유예(대학원), 그리고 마침내 퇴사한 이후의 모습들까지 독자님들이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정말 힘이 났다! 그리고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너무나도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수업시간엔 항상 학생들에게 대학 레벨보단 적성에 맞는 과를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직업적인 안정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가르쳤는데... 이제 내가 그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소설가라는 꿈을 꾸기 전의 나의 세계와꿈을꾸기 시작한 이후의 나의 세계는아주 달라져 버렸다.
그리고 꿈을 이루겠다는 결심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세상 일이 마음먹은 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원하는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노력해 보는 것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
안녕하세요. 가하입니다.
그리고 이제, 소설가 이날아입니다. :)
등단한 덕분에 본의 아니게 본명을 밝히게 되었네요.
이름이 특이해서 감추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 이름에 걸맞게 꿈을 향해 훨훨 날아갈게요. 그동안 지켜봐 주신 독자님들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