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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Oct 12. 2024

아사히카와 2

일본선교편지 5(하찌하우스와 '길은 여기에')

선교사님이 머물고 계셨고, 우리가 머문 하찌하우스를 소개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이 집이 미우라 아야코의 작업실이었다. (지금은 한 뮤지션이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집 바로 옆에 하찌 하우스가 있다.

문패는 이렇게 되어있다. 8을 일본어로는 하찌라고 한다.

하찌하우스는 지어진 지 40~50년 되었다고 하는데, 아주 현대적이면서도 튼튼하게 지어진 집이었다.


하찌 하우스의 응접실에 있는 이 사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왼쪽에 있는 분이 미우라 아야코, 오른쪽에 있는 분이 남편 미우라 미쓰요이고, 중간에 있는 부부사진은 간호사였다가 아야코의 개인 비서가 된 하찌야니끼 요우코와 그 남편 하찌야니끼 쯔도우이다. 위의 큰 사진이 하찌야니까 쯔도우로, 이 집의 주인이다. 두 부부 다 자식이 없었고,  같은 교회에 다녔으며, 아주 친밀한 사이였다고 한다. 네 사람 중 비서인 요우꼬가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났고, 다음이 아야코, 그다음이 미쓰요이다. 그리고 쯔도우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살아계셨다고 한다. 하찌야니까 쯔도우의 직업은 피아노 조율사였고, 이분이 최선을 다해 아야코의 게스트 하우스를 지으신 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집을 하찌하우스라고 사람들은 부른다.  

2층으로 된 집인데, 방이 7개이고 거실, 부엌, 식당이 있다.  책장에는 아야코의 책이 가득하다.

미우라 아야코의 작품세계가 이루어지는 데는 비서인 요우꼬, 남편 미쓰요가 큰 역할을 했고, 비서의 남편인 쯔도우가 이 하찌하우스를 건립함으로, 아야코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가 되어 아야코를 도왔다.


작년 겨울, 집은 넓고 날씨는 추워서, 선교사님 부부가 많이 고생은 하셨지만, 어쨌든 하나님은 이 선교사님들의 집은 책임져 주셨다. 그리고 그 집도 시시한 집이 아니라 이런 수준의 집으로 책임져 주신 것이다. 정말로 신실하신 하나님이심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집의 용도는 이 지역 교회의 수련회 장소로 사용되거나, 지금 계신 이선교사님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숙박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선교사님이 이 집에 와서 살게 된 것도 하나님의 절묘하신 인도하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선교사님은 사람들을 잘 섬기시는,  삶으로 예배를 드리시는 분인데, 유유상종이라고, 역시 삶이 예배인 시미즈의 한 여선교사님과의 만남 때문에 아사히카와로 오게 되셨다. 하찌 아버님이(이곳에서는  쯔도우를 이렇게 부르고 있다) 암으로 돌아가시기 전의 3개월 동안, 여선교사님은 똥, 오줌을 직접 다 받아내면서, 하찌 아버님을 돌보셨다고 한다.(그 당시 본인도 암으로 계속된 출혈이 있었는데 하찌아버님이 돌아가신 후에야 수술을 받으셨다고 한다.) 이  여선교사님은 섬김에 있어서 대단하신 분으로, 그 지역에서 아무도 돌볼 수 없는, 당뇨병 때문에 다리를 절단한 노인분을 지금도 돌보고 계신다.(구청에서 직접 전화로 좀 돌봐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 두 선교사님을 연결해 주셔서, 이선교사님이 10개월간 이곳에 머물게 되신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전, 전날밤 만난 로쿠죠교회의 젊은 집사님이 한 말 "'길은 여기에'를 읽고 예수님을 믿게 되었어요"란 말이 나에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e-book으로 밤새워 '길은 여기에'를 읽었다. 아야코의 자전적 소설인 '길은 여기에'는 예수님을 믿든 안 믿든, 남자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만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 속에 너무나 멋진 , 실존했던 남자들- 니시나카 이찌로, 마에카와 다다시, 니시무라 규우조 선생, 미우라 미쓰요-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남편에게 읽어보라고 권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오늘은 비가 그쳐 날씨가 좋다. 함께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홋카이도는 눈이 너무 많이 오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매일 눈을 치워야 하는 부지런함이 있어야 한다. 간혹 지붕에 눈이 많이 쌓여 내려앉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붕 모양이 눈이 잘 내려가도록 삼각형 모양이거나


아니면 아예 한쪽 면이 일직선인 지붕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아파트의 베란다를 막아놓은 집이 한 집도 없다는 것이다.

 즉, 베란다를 타고 들어오는 도둑이 없다는 말이다.


이번 여름방학 때 한국을 방문하여, 2달 동안 한국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둘째 딸의 말이 생각난다.

"엄마, 한국의 경치는 아름다워요. 다른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아요. 그런데 사진을 찍으면 아름답지가 않아요. 왜인지 아세요? 집이 안 예뻐요. 집 때문에 아름다운 사진이 나오지가 않아요."


홋카이도는 어디를 찍어도 사진이 아름답다.

넓은 평지에 부끄러운 듯이 숨어있는 자그마한 집들과

하늘과 땅을 구별하려는 듯, 양팔을 벌리고 있는 산과

일본 농부의 부지런함을 보여주려는 듯 고랑을 지은 넓은 밭과

꿈틀거리는 활화산의 흰 연기와

겨울을 준비해 놓은 마음의 여유로움이

손님을 맞이하는 하얀 길이 되어 사람들을 홋카이도로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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