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작가가 프로그램을 바꾼다

1박 2일 막내작가 면접기

by 고작
오늘 여행의 콘셉트는
시즌1의 수장이셨던
나영석 피디님께서 해주신 말씀
<막내작가가 프로그램을 바꾼다>입니다.

보통은 메인작가의 말이 답이 되고
선배 작가들이 진두지휘를 하는 게 사실이지만
'가장 어리고 경험이 없는 막내작가가
오히려 신선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제가 막내작가 면접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내가 방송작가가 됐을 때 친구들 뿐 아니라 우리 부모님도 물어보시길...

"촬영장에 작가도 가는 거야? 너는 거기서 뭐 해? PD가 찍고 출연자가 다 알아서 하는데..."


아하?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PD님은 진행도 하고 제작발표회에서 인터뷰도 하고

예능프로그램은 대본이 없으니 출연자들의 역량도 맞고.

예능작가는 드라마작가처럼 대본집을 내는 것도 아니고

방송이 끝나고 나면 작가에게 남는 게 딱히 없는 것도 사실...


그러나 카메라 뒤에서 별의별 일을 다~해서! 방송작가는 일명 '잡가'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잡'일을 다 해내기 때문인데... (나는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방송작가협회 웹진(잡지)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너는 [인생 2막].

방송작가 출신 선배님들이 항상 말씀하시는 공통점이 있다.

"방송작가들은 뭐든 공부하고 뭐든 해내니까 어디서든 뭘 해도 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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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습니다)


먼저 방송작가란?

방송작가를 '구성작가'라고 부르는 이유는 프로그램의 처음부터 끝까지 '구성'하기 때문이다.

나는 교양프로그램도 해보고, 예능프로그램도 해봤지만 일의 장르만 다를 뿐 하는 일은 비슷하다.

보통 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작가가 하는 일은...


1. 아이템 선정 (무엇을 찍을지 자료조사를 많이 하는 편)

2. 큐시트(촬영 일정표), 촬영 구성안(보통 '촬구'라고 부름) or 대본 작성

3. 촬영 장소 섭외 및 답사

4. 출연자 섭외 (필요할 경우 사전 만남 or 전화 인터뷰)

5. 세트, 소품, 의상, 음식, 음악 등 촬영에 필요한 준비 (음악 프로그램은 리허설이 있고, 관찰프로그램은 촬영 전날 집안 곳곳에 카메라 세팅과 출연자 미팅을 하고, 버라이어티는 게임 시뮬레이션이 중요함)

6. 촬영 (예능은 작가가 모든 촬영장에 가고, 교양은 스튜디오 프로그램만 참석, VCR로 방송되는 <6시 내 고향>이나 다큐 같은 프로그램은 작가가 현장에 가지 않는 편)

7. 내레이션이 필요한 경우, 내레이션 작성 및 더빙

8. 편집회의 및 편집 (기술적인 영상 편집은 PD의 역할이나, 작가가 재미있는 포인트를 놓치지 않게 '편구'(편집 구성안)를 써주기도 하고 PD가 편집한 영상을 보고 자막을 쓰는 경우도 있음)

9. 시사 (PD님이 편집한 영상을 보면서 수정하는 과정. 1차 시사, 2차 시사는 기본. 방송이 나갈 내용을 그대로 보며 분량 조절 및 최종 수정을 하는 '합본'시사. 관찰프로그램을 할 때 6차 시사까지 해봤는데. 그 정도 보면 모든 장면을 다 외워서 방송날 가족들이 깔깔깔 웃을 때 입꼬리도 안 움직임

10. 방송 모니터 및 시청률 체크



이 글은 예비작가님들께 용기를 주고 싶어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 이러려고 막내작가 됐나? 자괴감 들어'가 정상이니 쉽게 포기하지 마시길.

아니, 지금부터 밝히는 '고생길'을 시작할 각오가 없다면 쉽게 도전하지 마시길...


방송국 막내작가가 하는 일은?

문서 프린트와 복사. 누구보다 복사기랑 많이 싸우는 시기. 나는 막내 시절 손만 대면 복사기와 팩스가 고장 나서 '마이너스의 손'으로 불렸다. 그 억울함은 온전히 나만의 것... 또 온전한 나만의 외출은 외로운 커피 심부름. 그런데 혼자 바람 쐬러 간다고 생각하고 즐겨라. 어차피 법카로 먹는 커피는 제일 비싸고 맛있는 거로 먹고 때때로 방송국 윗분이나 매니저님들이 사주는 밥이나 커피는 기억해 두는 게 좋다.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 감사의 마음만 전해도 좋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윗분은 더 높이 올라갈 테고 언젠가 커피를 사줬던 로드 매니저가 엔터 회사의 대표가 돼서 나를 도와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디든 그렇지만 특히 방송은 '관계'가 중요한 곳이다.


회의실과 대기실 예약. 요즘은 필라테스 같은 운동도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세상에! KBS는 아직도 현장 박치기라 막내들 경쟁이 은근 치열하다. 나는 무려 20년 전, 녹화하는 스튜디오에서 제일 가까운! 가장 좋은 대기실을 차지하기 위해 해가 뜨기도 전에 출근했다. 방송국을 청소하시는 여사님들이 대기실 문을 열고 새우잠을 자고 있는 나를 발견하실 때마다 깜짝 놀라던 기억이... 감사하게도 <1박 2일> 팀은 매일 회의를 하기 때문에 다른 팀과 경쟁하지 않고 독박으로 쓰는 회의실이 있었다.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고, 매일 반복하는 일은 희의록 작성, 소품리스트 작성, 소품 의뢰 및 구매하기 등. 그래도 요즘은 웬만한 소품을 쿠팡으로 사는 세상이 돼서 직접 발품을 팔일은 없을 것이다.


페이는 적다. 4대 보험도 안 되고 퇴직금도 없는 프리랜서다. 작가는 월급이 아니라 주당 페이(원고료)로 받기 때문에, 1회당 금액이 책정되는데. 내가 막내작가 때는 회당 20만 원이어서 한 달 내내 쉬는 날 없이 일해도 100만 원을 못 벌었다. 노트북 하나 못 살 돈이라 회사 컴퓨터를 썼기에 일이 많으면 퇴근도 못하는 신세였고 자취방 월세, 세금, 보험비, 교통비, 식비를 빼면... 남는 게 없어서 다시 월급날을 기다리느라 그만두지도 못했다. 선배들처럼 신용카드를 만들면 큰 빚을 질 것 같아서 꿋꿋이 현금으로 생활하려고 버텼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막내작가 페이가 최소 40만 원~60만 원이다. (*프로그램 제작비 상황에 따라 다름) 간혹 방송을 한 주라도 쉬면 손해가 크다. 어쩌면 아르바이트로도 충분히 벌 수 있는 금액이기에 하는 노동에 비해 힘이 빠지는 금액. 회사 다니는 친구의 월급과 비교하면 그만두고 싶다는 충동이 들 것이다. 하지만 잘 버텨서 연차만 쌓이면! 막내작가 시절 월급을 회당 페이로도 벌 수 있으니 잘 견뎌주면 좋겠다.


무엇보다 방송가는 '돈'보다 '사람'이 남는 곳이다. 부디 돈을 따르지 말고 '사람'을 따라가라! 줄을 잘 서면 성공하는 곳이 바로 방송국이다. 일을 계속하는 선배를 따라가면 굶을 일이 없다.


막내작가만 할 수 있는 일에서 성장 버튼 찾기

자료조사 : 뭐가 뭔지도 모르고 선배가 찾아오라는 자료와 기사를 복사해서 붙이는 일을 많이 할 텐데. 그냥 복붙 하지 말고! 그때부터 '구성'을 고민하고 아이템을 '공부'해서 찾는다면 자료의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를 볼 것이다. 자료조사를 잘하는 노하우가 곧 구성하는 능력이 된다. 막내 때부터 그 힘을 키웠으면 좋겠다.


시청률 체크 : 시청률은 방송 다음 날, 새벽에 닐슨(시청률 조사 기업)에서 알려주지만 실시간 그래프를 그리는 건 막내작가의 역할이다. 언제 시청률이 올라가고 떨어지는지 그래프를 손으로만 그리지 말고 머리로 분석하면 시청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 또 동시간대 방송되는 다른 프로그램(ex. 1박 2일 vs 런닝맨 vs 복면가왕)을 보면서 3사 방송 내용을 정리하느라 잠 못 자는 날이지만... 덕분에 막내작가가 경쟁프로그램의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선배들보다 나은 강점이다.


(관찰프로그램일 경우) 프리뷰 : 촬영 내용을 그대로 기록하는 일. 요즘은 프리뷰 아르바이트를 쓰는 팀이 많아서 작가가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프리뷰는 촬영장에서 모두 웃고 떠들 때 나 혼자 모든 오디오에 귀 기울여 들어야 하니 외롭고 고단한 일이 틀림없으나! 이걸 내가 왜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왕 하는 거 타자 연습한다고 생각하고 신나게 두들겨라. 언젠가 대본 쓸 때 남들보다 빨리 쓸 것이라고 믿으며! 프리뷰를 한 경험 덕분에 현장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될 것이다. 편집 회의나 시사할 때 누군가 "그 내용이 뭐였지?"라고 물어보면 제일 먼저 답할 수 있는 것도 막내작가뿐이다.


방송작가를 하고 싶으면 프로그램 프리뷰, 자료조사 아르바이트를 먼저 시작해서 방송감도 익히고 작가팀에게 인정받는 것도 기회다. (자료조사만 잘해도 "이 친구는 누구지? 누가 이렇게 꼼꼼하게 잘 찾았지?" 하니까)

단, 이 아르바이트를 오래 할 필요는 없다. 기회를 만들라는 뜻이지 전속이 되면 오히려 전문 아르바이트생으로 생각한다.


섭외 전화 : 이것도 출연자 섭외는 언니들의 몫이고 막내가 섭외하는 건 장소다. (얼마든지 까여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마트, 카페, 식당 등.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얼마든지 까여도 괜찮으니! 용기를 내서 당당하게 전화하면서 섭외하는 말그릇을 연습하면 좋겠다. 나중에 좋아하는 스타와 인터뷰를 해도 떨리지 않게!


고백하자면 나 같은 소심이는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무언가를 부탁해야 하는 것 자체가 손이 떨리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래서 노트에 미리 '섭외 시 해야 할 멘트'를 순서대로 적어놓고 전화를 걸었는데.

예를 들면 "안녕하세요. KBS 방송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 000 작가인데요. 혹시 강호동 씨 아시나요? 네~ 그 프로그램 맞아요. 혹시... 00에서 촬영할 수 있을까요? 혹시 이 날짜에 가능하신가요? 아니면 혹시 이때는 어떠신가요? 혹시 출연자 포함 촬영인원은 몇 명까지 들어가도 될까요? 혹시 몰라서 그러는데......"


이놈의 '혹시'라는 말이 입에 붙어서 자주 쓰는 말이 됐고. 아이가 말을 막 배울 무렵 "혹시 이거 먹어도 될까요?"라고 말하는 바람에... 시어머니께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셨다. 아이가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냐고... 아이에게 '혹시'라는 말을 쓴 적은 없지만 집에서 섭외 전화를 할 때 다 듣고 배운 것이다. 그때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라는 말을 실감하며 나의 언어를 돌아봤다.


막내작가를 뽑는 기준은?

- 학력? 전공? 솔직히 안 본다. (나는)

나는 수시, 정시 문예창작과 특기자였지만 순수문학은 방송에서 써먹을 일이 없다. 오히려 문창과, 국문과, 극작과에서 글 좀 써본 사람이 방송작가가 되면 혼란스럽다. '자기 글'을 쓰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물론 글을 다뤄봤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어차피 대본은 경력이 많은 선배들이 쓰기 때문에 막내에게 글재주는 대단히 필요한 덕목은 아니다.

또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잘 버틸 수 있는 곳이 절대 아니다. 경험상 체육학과 나온 작가가 체력도 끈기도 좋다. 외국어학과를 나온 작가가 해외 촬영에서 큰 활약을 한다. 유아교육과 나온 작가가 출연자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건 행운이고 간호학과를 나온 작가가 비상약과 스태프를 잘 챙기는 건 감사한 일이다.

프로그램 성향에 따라 역사프로그램은 사학과 학생이, 음악프로그램에서는 예술학과 학생에게 눈길이 가는 흥미 정도지, 전공이 합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전공보다 중요한 것은 목적, 앞으로 하고 싶은 방송이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게 교양인지 예능인지, 왜 그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 분명하게 어필하는 게 좋다.

하고 싶은 프로그램의 '결'이 맞는 경우 이번에 떨어져도 다음 기회가 올 수 있다.


- 그동안 일했던 프로그램은 중요하게 본다.

큰 프로그램이 아니었어도 비슷한 프로그램의 경험이 있는 걸 장점으로 생각한다. 일박 작가를 뽑을 때는 야외 촬영이나 버라이어티를 해본 작가가 우선이었다. 모든 방송은 돌발 상황이 있기 때문에 순발력과 센스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일박에서 소품 (최소) 300개를 챙기는 것은 보통 꼼꼼하지 않고서는 못할 일이기 때문에 꼼꼼한 성격도 필요하다. 스스로 꼼꼼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후배는 매번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정말 예뻐 보였다.


다른 프로그램 이력이 있는 면접자는 같이 일했던 작가에게 물어보면 웬만한 평가가 온다. 같이 일하지 않은 작가여도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게 방송가라 소문을 무시할 수 없다. 이때도 일을 잘했다 못했다 보다는 '인성'을 꼭 확인한다. 일이야 가르치면 되지만 일하는 태도까지 가르칠 정도로 여유는 없으니까. 방송가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우선순위는 '인성'이라고 생각한다.


아! 이력은 아쉽지만 마음에 들면 '운이 없어서' 그동안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간절함을 보고 뽑기도 한다. 방송국놈들끼리 하는 말 중에 '작가는 사람 장사'라는 말이 있다. 결국 '사람'이 괜찮으면 거래는 성사된다.


- 그럼 어떤 사람이 괜찮은가?

대부분 답을 알고 있다. 방송국이 아니어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뽑아도 사장님이 중요하게 보는 것은

면접을 보는 '태도'일 것이다. 어떤 곳이든 힘들지 않은 곳이 없으니, 이왕이면 밝고 의욕적인 사람이 오래 일해줄 거라는 판단. 반나절만에 도망가는 작가를 보면서, 문자로 그만두는 작가를 보면서 적어도 예의 없이 도망치지 않을 것 같은 착각이라도 들게 만드는... '일하고 싶은 의지'가 돋보이는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1박 2일> 작가 면접만 수십 명! 그중에 인상적이었던 막내작가 면접기를 소개한다.

- 누가 봐도 오늘 비닐포장을 뜯은 듯 '새 바람막이'를 입고 온 J작가.

각 잡힌 바람막이를 보자마자 물어봤다. "오늘 면접 보려고 옷 샀어요?" 그때 씩씩하게 "일박하려면 바람막이 하나는 필요할 것 같아서 샀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이 당당한 자신감과 각오를 보고 어떻게 안 뽑겠냐고! 게다가 노스페이스 바람막이 가격은 막내작가 1주일 페이와도 비슷할 텐데... 빨리 일해서 옷값은 벌게 해주고 싶다는 충동마저 들었다.


- 이력서에 쓴 자기소개한 줄 덕분에! 면접도 보기 전에 이미 합격이라고 생각했던 H작가.

아카데미를 수료한 지 얼마 안 돼서 자료조사를 짧게 한 이력뿐. 방송 경력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력서에서 그 작가의 의지가 보여서 면접을 보기로 결심했다. H는 앞으로 이런 태도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일하는 시간과 내 시간이 따로인 일이 아니라 일하는 시간조차 내 시간인 것처럼 느껴지는 일을 해라'

꼰대 같아서 '요즘 애들은'이라는 말을 하기 싫지만 (주말에 일 시키면 그만두며) 워라밸을 강조하는 시대에 이렇게 성실한 다짐이라니! 이 말은 나도 잊고 지낸 초심을 떠올리게 해서 고마웠고, 면접을 보는 태도도 무척 마음에 들어서 고민 없이 뽑았다.


- 이건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의미로 소개한다. 너무 솔직해서 인상적이지만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작가

"일박은 솔직히 1년만 일하고 싶어요. 한 프로그램을 오래 하면 다양하게 못 하잖아요. 요즘엔 시즌제도 많아서 짧게 하고 쉬면서 일하고 싶어요. 다른 프로그램은 6개월 정도 했는데 일박은 유명하니까 1년 정도 하면 커리어에 도움이 되겠죠?"

예... 근데 저희 프로그램에는 님의 도움이 필요 없을 거 같아요... 웬만하면 다음 기회에 뵙자고 할 텐데. 다음에도 저랑 같이 일은 못할 거 같은 님이었어요. 님아, 제발 선을 넘지 마오! 6개월이든 1년이든 님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도 선배의 몫이요. 그런 의지라면 아마 같이 일을 했어도 한 달 만에 이별했을 것이오.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는 경험은 좋지만 방송작가의 생명은 '다양성'보다 '전문성'이 오래간다. 막내 때부터 퀴즈프로그램을 해서 모든 퀴즈프로그램을 섭렵하고 '퀴즈 전문 작가'로 불리며 퀴즈프로그램의 메인작가가 된 선배님을 보면서 생각했다. 결국 한 우물을 파면 성공한다. 지금도 소위 잘 나가는 메인작가님들의 경력을 보면 비슷한 우물을 어떻게 팠는지 구성이 다양한 것이지 프로그램의 소재나 방향성은 한 우물인 경우가 많다.


한때 예능프로그램의 강자였던 토크쇼와 버라이어티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지만 요즘 뜨는 요리, 연애, 스포츠, 오디션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치열한 경쟁을 예상한다. 그리고 절대 없어지지 않을 음악과 관찰프로그램은 꾸준히 인기가 있을 것이니 '나는 00 전문 작가가 될 거야!'라는 각오로 한 우물을 잘 파는 것도 좋겠다.


경험상 면접 때, 이 말은 참는 게 플러스다!

1. 페이는 얼마예요?

돈 벌려고 일하는 건 맞지만! 돈 때문에 일을 안 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이면 반감이 생긴다. 면접이 끝나기 전에 페이를 먼저 알려주는 경우도 많으니 성급하게 질문하지 않아도 된다. 페이는 같이 일하기로 한 뒤에 물어봐도 늦지 않다. 아마 출근이 결정되면 페이는 당연히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어디서든 계약서는 반드시 쓰는 게 맞다! 뜨거운 열정으로 아무 데서나 일하지 말라는 뜻이다.


2. 000 팬이에요!

나도 누군가의 팬이고 덕질도 하지만! 굳이 면접 보는 자리에서 연예인 좋아하는 걸 티 내는 건 마이너스다. 연예인이 좋아서 작가가 됐나? (사실 방송국놈 중에 성공한 덕후는 많지만) 뽑히기도 전에 연예인을 만날 생각으로 들떠서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일이 아니라 연예인 만나려고 이 프로그램에 지원한 건가? 싶어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사생팬으로 보이는 건 위험한 일이다. 비슷한 의미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저 원래 꿈이 연예인/모델이었어요."라는 말도 참자! TV에 출연하고 싶으면 유튜브를 하시라!


3. 선배는 몇 명? 후배는 몇 명이에요?

본인의 위치를 궁금해하는 작가가 생각보다 많다. 솔직히 그게 왜 중요한지 모르겠지만... 선배가 많으면 밥 사주는 선배가 많으니 돈을 더 모을 수 있으니 좋고, 후배가 많으면 본인이 중요한 일을 더 해야 하니 부담을 가져야 할 텐데. 그 머릿수를 헤아리려는 의도는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 질문도 대부분 면접 볼 때 미리 얘기해 줄 것이다. 예를 들면 "들어오면 몇 번째 작가로 일하게 될 건데..."

그리고 작가팀 인원수는 프로그램 스크롤이나 홈페이지 기본 정보를 확인해 보면 미리 알 수 있다. 그 정도는 알고 오자!


- 면접 경험이 많은 15년 차 이상! 작가들에게 물어본 결과

말끝을 흐리는 친구, 대화할 때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 친구, 지나친 제스처(손을 계속 움직인다던지 머리를 계속 만진다든지), 우울한 기운을 내뿜는 친구, 면접 때 (무조건 다 잘한다! 할 수 있다!) 광기 가득한 눈빛은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면접 단골 질문에 대비하자!

- 왜 방송작가가 되고 싶은지?

- 이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 이유?

- 이 프로그램 중에서 재미있게 봤거나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 이 프로그램에서 본인이 촬영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또 섭외하고 싶은 출연자가 있다면?

- 요즘 재미있게 보는 프로그램, 관심 분야는?

- 체력은 좋은 편? 운동은 잘하는지?

-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지? 그 이유는?

- (경력이 있는 경우) 그 프로그램에서는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일이 잘 맞았고 어려웠는지?

- (다른 프로그램에서 짧게 일한 경우) 프로그램 중간에 왜 그만뒀는지?

- 기타 : MBTI, 선배들에게 많이 들었던 말, 본인의 장단점, 취미 등


만약 면접에 붙어서 막내작가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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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축하합니다!!)


아카데미에서 배우지 않은 '처음'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니... 당황 금지!

처음 하는 일도 '알아서' 잘하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니... 황당 금지!

실수도 쌓이면 경험이 되고, 경험이 쌓이면 능력이 된다. 걱정 금지!


솔직히 20년 차에도 처음 하는 일이 있다.

경험치만 있을 뿐, 매번 새로운 아이템은 공부하는 게 맞다. 그래야 꾸준히 잘할 수 있다.

예능작가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같이' 하는 일인 만큼 이기적인 생각 금지!

방송에는 '내 일'과 '네 일'이 없다. 모든 일이 협업이니 팀원과 잘 지내는 게 중요하다.

방송작가는 하고 싶은데 내성적이거나 혼자 일하는 게 편한 성향이라면 교양프로그램을 추천한다.

교양은 촬영장에 가지 않거나 혼자 작업하는 경우가 많으니 적응은 더 쉬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면?

좋은 팀워크는 결국 내가 좋은 사람일 때 가능하다는 걸 잊지 말자!

일을 아무리 잘해도 사람이 별로면 같이 일하기 싫은 법!

당신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빈다.




***다음 화 예고***
다음 주에는 "1바악~ 2일!" 말고! 전국투어 특집 "2박 3일"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틀 촬영도 힘든데 왜 그랬을까... 싶은 생고생 버라이어티!
살짝 미화된 추억으로 함께해요~^^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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