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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의 일상, 단상

새학기가 시작하기 전

방학 시즌이 끝나서인지, 학교에는 아이들이 많지 않았다.

직전 밤새 눈이 많이 왔나보다.

설경은 역시 학교가 최고지!


졸업식과 입학식이 있는 시기다.

친분있는 교수님에 커피타임 벙개를 쳐봤는데 학교에 나오지 않은 날이라고 했다. 개강이 얼마 안 남았으니 좋은 선택이다. 교수직의 좋은 점은 방학이 있다는 것이고, 교수직의 단점은 그 방학이 짧다는 것이다고 한다.

밤늦게 술과 음식을 먹는 것이 내게는 힘든 일이였지만, 이 날은 컨디션이 꽤 괜찮아서 다행이다.


연구자라는 하나의 실타래로 연결돼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

이 날은 각자의 연구실, 각자의 우주에서 나와서 지식을 나누고 회포를 푸는 때이기도 하다.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이제 알 것 같다. 무겁기만 한 자리가 아니라 지식의 향연과 마음이 동하는 자리란 것을.


발표자께서는 나이가 지긋해보이시는 대선배님이셨다.

나는 왜 토론의 질문을 이렇게 진지하게 준비했을까. 아니다. 제법 가벼운 질의 있었는데 당황하신 것 같아 아쉽다. 대게 발제자로 나설때 어려운 질문은 부담스러워서 나또한 토론자일 때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성껏 준비하신 발제문에 질문을 드려야 예의를 갖출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이날은 플로어에 계신분들도 유난히 서로의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코멘트를 주신 것 같다.


그들의 지식은 언제나 거대하고 대단하다. 외연과 상관없이 이상과 연구의 열의는 크고 영향력 있다 믿는다.한편 저녁이 되니 현실은 현실이다.

누군가의 아빠고, 엄마이다ㅡ

학교의 정교수인 분들도 있지만, 강사 직책을 갖고 계신 분들도 있다.


한 분께서 강사로서 차별을 이야기하기도 하신다. 무슨 차이인지는 나도 모른다. 회사에도 계약직과 정규직의 차이는 있는데 아무래도 연구자의 정체성은 같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날은  연구소에 계신 분중에 마음이 잘 통하는 박사님도 함께 했다.

그는 몸은 야구선수인데! 지식넘치는 학자이다. 언젠가부터 자주 뵙게돼 저녁 식사 자리에 같이 가시는지를 살폈다. 그는 나처럼 조직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제 끗희끗 흰머리, 새치가 눈에 보이는 선배님들에게도 또래 연구자분들도 다들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자녀가 있어보인다.

학위를 받고, 강의를 하고, 유학을 다녀오니 결혼이나 출산이 좀 늦었던 것 같다. 우리 모두에게 인생의 무게는 결코 가볍진 않다. 모두의 짐이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우리의 곳간도 가득해졌으면 좋겠다. 연구하는 것에 충분하게 말이다!


잘나가는 법조, 교수, 대기업이나 벌이가 좋은 연구소에 계신 분들도 많기는 하지만,

이공계와 달리 법학과 사회과학, 인문학에 대한 재정지원 시스템은 결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입법, 행정, 사법에 미치는 바가 지대함에도, 정치하는 분들의 다수가 지지된 토양임에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결국 열 두시가 넘어 집에 들어왔다. 한 주가 이렇게 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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