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사람이면 어때
언젠가 제주에서
한 번 들어가보고 싶은 작은 마당을 품은 집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올 여름 동생이 예약한 숙소라고 해서 골목길을 둘러둘러 진입한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몇 번 가본 고등어쌈밥 집 옆이었기에 기억이 났던 것이다.
집이란 곳이 그렇다. 정문으로 들어가느냐, 아니면 후문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그집이 그집인가 싶은거다.
길도 그렇다. 산책길에 왔던 길을 돌아갈 때라도 같은 하늘, 같은 나무가 아닌 것이, 길의 새로운 얼굴에 새삼 놀라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등산로는 어떻고!
나란 사람도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제법 다르다. 직장에서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은, 내가 MBTI의 유형이 I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속으로 그랬다. "그래 너한테만 I다!!" ㅋㅋㅋㅋ
나는 대문자 E다. 낯을 딱히 가리지 않으며, 첫눈에도 나를 불편해할 것 같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친근감을 표현하며 다가가는 편이다. 좋게 말하면 맑은 거지만, 그만큼 경험과 조심성이 없는 것도 사실이니.
"언니는 너무 쉬워, 너무 쉽게 맘을 내어준다고"
"사람 쉽게 믿지좀 마" 등등, 이런 나에게 사정좀 아는 사람들의 귀따가운 소리는 오늘도 계속되지만, 애가 나를 은근 챙기네 싶어서 사랑받는 느낌도 든다.
나는 어릴때부터 고양이를 좋아해서 길게는 아니지만, 초, 중, 고등학교 시기를 빼고는 고양이와 함께했다. 즉 나 스스로도 내 한몸 가누기 어려운 학습자였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고양이를 키워온 것이다.
그랬다. 유년시절, 대학신입생인 주제에 캐나다에서도 고양이를 키우기도 했으니, 이만하면 catperson이라해도 손색이 없다. 가까운 주변에서도 새삼 신기해한다. 왜 이렇게 고양이를 좋아하냐고, 왜일까. 이 녀석의 당당함, 엉뚱함, 기죽지 않음이 좋다.
아무튼, 그런데도 나는 고양이과는 아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댕댕이.
나는 댕댕이과다. 그런데 사실상 댕댕이로 살면, 세상 피곤하기는 하다.
그래서 이 집에 고양이 녀석이 나한테 친근하게 다가오니 마음이 금방 측은해졌다. "넌 고양이야 임마!"
심지어 이 녀석은 발을 내어줬다.
고양이가 발을 내어주는 일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닌데 말이란다. 여자 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손을 내어주는 격이 아닐까? 그런데 이 고양이 조금은 쉽게 발을 내어주는 것을 보니, 너도 세상 좀더 살아야겠다. 나처럼.
나 역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조금은 고양이 처럼 새침함을 갖고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에게나 겂없이 달려들다가, 놀라지 말았으면 좋겠다.
매번 오는 손님들 날마다 바뀌는 사람들을 만나고 또 헤어지고,, 녀석의 마음은 어떨까?
사실 녀석은 그날 그날 새로운 손님들고 그 하루 즐거운지도 모르겠다.
다음날 아침 내 품으로 파고드는 녀셕을 보며 적잖게 당황스러웠기도 했지만, 고양이의 온기가 내게도 전해진다.
돌아오는 길 녀석이 혼자 남겨지는 게 영 신경쓰인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과 곧 재회할테니!
인생 역시 그렇다 잘 지내던 사람들과 일정한 시간을 보내고,
또 보내고 그렇게 또 다른 이들을 만나겠지만, 그래도 역시 거리가 느껴질 때는 서먹하고 아쉽고 서운하다.
그런데 엄마를 보니 그러다 다시 나이가 지긋해져서 또 만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는데, 과연 그럴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