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마침표를 찍는가

직장과 관계

20% 남았다고 생각될 때

살다 보면 일도 관계도 그만두고 싶 때가 있다.

안타깝께는 가족관계 마저 그럴 수 있다.

지난번 관계에 관한 글을 남긴 적이 있지만, 인간 관계와 일에 있어서 그만둘 시점에 대해 끄적여본다.


일보다 관계

20년 지기든 10년 지기든, 한 시기를 soul mate로 같이 했다는 이유로

지금도 친구가 되는데 아무 노력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관계에 시간과 물질을 쏟지 않으면 허공에 붕 뜨는 보기 좋은 허망한 말뿐인 관계가 되는 것이다.


친한 동생이 30년 가까이 지낸 초등학교 친구와 절교를 했다고 연락이 왔다.

부들부들 떨려서 마음이 안 잡힌다며 하소연을 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작은 일로 틀어질 수도 있지'라고 했다.


들어보니 어디 말하기도 웃긴, 정말 작은 일이었다. 셋이서 집 뜨리 겸 한 집에 모였다가, 이 동생이 그만 친구가 사 온 녹은 아이스크림에 먹고 버릴 겨자를 버리게 됐는데, 불쾌해진 친구가 '진지한 사과'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동생은 사과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차피 녹은 아이스크림은 못 먹을 거잖아!'라고 하면서....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동생이 매너상 잘못했다고 했다. 내 생각에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으로 의미가 없겠지만, 상대방에게는 더 먹을 것인지를 물어보거나 설령 실수를 했어도 미안하다고 했어야 맞다.


자신의 행동이 맞다고 생각하면 사과하기 어려운데, 결과적으로 맞는 것과 '~~ 한데, ~해도 괜찮겠어?'는 다르다. 내가 그랬다. '너 그냥, 싸우고 싶었던 거야. 니 행동은 잘못됐지만, 평소 미안하다는 말 잘하는 사람이잖아. 그 친구한테는 쌓인 게 있었나 보다'라고, 동생은 맞다고 했다. 물러서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초등학교 친구여서 그런가, 결국 유치해 보이지만 어린 애들처럼 아이스크림 사건으로 둘은 절교하게 됐다고 한다.


작은 일은 사실 한동안 쌓였던 서운함, 불만 등이 모여서 그 핑계로 분출된 trigger일 뿐,

정말 우리는 재수 없게 작은 돌부리에 넘어지는 것 만으로는 오랜 관계를 청산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일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에서,

다니던 직장과 부서를 적극적으로 옮기지는 않았지만

학업이나 시험 준비를 유념하고 시간을 얻기 위해 그만두고자 했던 경험이 있었다. 한번은 실행했다.


이와 달리 진짜 이직은,

이 직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고, 더 이상 목표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일 때

즈음 감행하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요새 이런 감정이 든다. 그런데 보통은 일에 치여서 이직을 하거나 다른 방안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사실 3월 중순까지 준비해야 할 논문이 두 개나 된다.

논문을 쓰려고 사는가. 살기 위해 논문을 쓰는가.

아직 머리와 가슴에 채울게 많은 갈 길이 먼 어린 학자로서는 방향이 다른 직장과 연구를 병행하기가 참으로 딜레마이다.

@ 강원도 오리고기 집에서 만난 인절미 고영희 씨,

내가 부르자, 놀랍게도 기여코 요가에서 '고양이 자세'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한 바퀴 돌아주었다.


대체 언제 그만두냐고?

그래.

관계든 일이든 언제 그만두고 싶은지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노력할 여지가 없을 때, 충분히 했다고 생각될 때이다.

내가 저 사람에게 충분히 노력했고 시간과 물질을 다 소모했는데도 관계에 진전이 없더라.

아니면, '너한테는 이게 다야'라고 하는 생각이 들 때이다.

그리고,


즐거움이란 게 뭐 별거인가.

내가 평가한 나의 능력, 밖에서 봐주는 나의 능력,

그것이 인정되고 일로 진행될 때 느끼는 '뭔가 돼 가는' 그런 기분이 즐거움일 것이다.


20% 남았는지, 아님 20%는커녕 마중물이라곤 전혀 없는 것인지

그것을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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