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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Aug 07. 2024

<최소한의 밥벌이> 리뷰

얼터너티브 라이프를 들여다보자

책의 표지를 보면 노트북을 옆에 놓고 책과 음료를 즐기는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남자가 있다. 반바지에 챙이 넓은 모자로 햇빛을 가린 남자는 돗자리 위에 호미도 두고 있다.


그렇다면, 대도시에서 50년이 넘게 살아온 이 아사히 신문 기자님께서 왜 이런 모습을 취하고 있는가. 우리는 살짝 궁금해진다.


그는 사회적인 인간이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작가 사회에 속해 그들과 어울리지 않은 것처럼 그도 자발적인 아웃사이더였다. 그러면서 스멀스멀 피어오른 생각은 회사(아사히 신문)가 흔들리고, 출판사들이 어렵고, 원고료가 점점 낮아져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글쓰기를 계속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것이었다. 에릭 호퍼는 자신이 만족하는 데 필요한 것은 하루 두 끼의 맛난 식사와 담배, 관심을 끄는 책과 매일하는 조금씩의 글쓰기, 이것이 생활의 전부라고 했다. 곤도 고타로 님도 딱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물론 아사히 신문에 30년 이상 몸담은 이 분은 그렇게까지 절박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계속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있었을 것이다. 자본주의에 한 발만 담근 채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써내려가기 위해 하루 1시간의 농사, 라는 방법을 택했다.


사실 농담처럼 지방으로 내려가 얼터너티브(대안적인, 실험적인) 농부가 되겠다고 말을 했는데, 나가사키현 중앙부에 있는 이사하야시의 1인 지국으로 발령이 나버렸다.


그는 운과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 건너건너 아는 지인에게 부탁하여 경작되지 않고 있는 땅을 빌리고(땅이 놀고 있으면 오히려 이웃에게 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잡초와 벌레가 무성해지기 때문이다), 농기구도 빌렸다. 한 농부 아저씨를 스승님으로 모신 덕에 무사히 쌀농사를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힘들지만 스펙터클한 장면들도 꽤나 재미있다. 원래의 계획은 한 사람이 1년간 먹고살 만큼의 농사를 짓겠다는 것이었으나 초보 농사꾼은 풍작을 거두어 60kg이 아닌 85kg의 추수에 성공한다.




사실 이런 발상이 곤도 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대안상상해봤을 거라 추측한다.


농사를 지으면 굶어 죽을 일은 없다. 쌀을 믿으면 자본주의라는 괴물에 발을 묶이지 않아도 된다, 뭐 이런 이야기다.


꼭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시공간적인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우리는 부업을 하고 재테크를 한다. 일을 하기 싫다는 게 아니다. 스스로가 진정 원하는 길을 가고 싶을 뿐이다 .


그리하여 이 분은 매일 아침 한 시간씩은 벼농사를 짓고 나머지 시간은 글쓰기에 몰두한다, 라는 시스템이랄까 원칙을 만들고 지켜냈다. 그리고 다음해의 농사를 기약하며 1인 지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밝힘). 본인의 하루하루가 즐거워졌기 때문에 기사도 잘 써지고 글 청탁도 더 많이 들어온다니, 역시 재밌게 살려는 노력과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열정은 꽤나 인생에서 필요한 듯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사실 이번 휴가 때 시골에 집을 보러 내려갔으나 별 성과를 얻지 못하고 올라왔다. 일단 5도 2촌이라도 해볼까, 아니면 근교 텃밭 농사를 해볼까 고민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우리집은 식구 중에 몸이 약한 사람이 있으니 병원이 가까워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언제 AI에 대체될지 모르니 논농사 밭농사를 조금씩이라도 하는 것은 마음의 평화를 줄 것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근원적 기술이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절판된 책이지만 도서관이나 중고 서점에는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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