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여전히 위험하다

회복은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라는 말이 아니다

by 민진성 mola mola

세상이 안전하다는 말이 불편한 이유

트라우마 회복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세상은 안전하다”는 말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현실과 너무 다르게 느껴졌다. 세상은 여전히 폭력적이고, 불공정하고, 위험한 관계와 사건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경험한 고통은 그저 예외적 불운이 아니라 이 세상이 품고 있는 실제 위험을 드러내는 증거였다. 그런데 누군가 “이제 안전하다고 믿으라”고 하면 그건 나더러 현실을 외면하라는 말처럼 들렸다.



회복은 착각이 아니라 감각의 조율

회복은 세상을 장밋빛으로 보는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더 현실적이 되는 과정이다. “세상은 위험할 때도 있지만, 나는 그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게 진짜 회복이다. 안전 경험을 훈련하라는 말은 세상을 완전히 안전하다고 믿으라는 게 아니라 위협이 아닌 순간에는 몸이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재학습하는 과정이다. 그래야 에너지를 아껴서 정말 위험한 순간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



현실 인식과 안전 경험의 균형

세상은 여전히 위험하다. 이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순간을 위협으로 느끼면 몸과 마음이 버티지 못한다. 그래서 회복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

현실 인식 : 위험, 폭력, 불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

안전 경험 : 지금 이 순간은 위협이 아니라는 감각을 몸에 학습

이 균형이 잡혀야 세상과 싸워야 할 때 싸우고, 쉴 때는 쉴 수 있다.



안전을 스스로 만드는 일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무력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위험한 관계에서 벗어나고, 나만의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회복은 세상을 바꾸는 힘과도 연결된다.



나는 현실을 직시한 채 회복한다

나는 세상을 안전하다고 착각하지 않는다. 세상은 여전히 위험하다. 하지만 나는 그 위험 속에서도 나를 지키고, 나를 회복시키고, 나만의 안전을 만들어갈 것이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회복이다 — 거짓 평온이 아니라, 현실 위에서 숨 쉬는 평온이다.




#생각번호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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