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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초연 Aug 20. 2023

소아 우울은 여전히 살아있다.

내가 우울증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이유

 나의 하루는 산도스에스시탈로프람정과 아빌라이정을 복용함으로써 시작된다. 나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 화학적인 힘을 선택했다. 나의 삶의 의지와 가치를 고양하는 데 있어, 자동적으로 왜곡된 사고가 나를 방해하지 않도록. 깊이 파묻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살아야만 했다.


 어느 날 누군가 내 앞에 쓰러져 있었다. 괜찮으세요? 하고 물어보려고 다가가는 순간, 거울에 비쳐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건, 다른 이가 아닌, 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분명 오감으로 인지했을 때는 나의 몸이 아니었는데, 거울에 비친 나는 감각되지 못한 채, 유체가 분리되었다. 나의 몸을 더듬어보니 꿈이 아니라 정말 내 팔과 머리였다. 처음으로 내가 나를 다른 이로 착각한 찰나였다.


 나의 생은 시소에 나 홀로 올라간 채 균형을 맞추는 일이었다. 제발 누군가 그 시소 위에 같이 올라달라고 애원하면서 나를 낮춘 채 웃어왔다. 그 시소가 기우는 순간 흙으로 돌아갈 예정이었기에.


 내가 허공에 둥둥 떠다니고 싶어질 때, 항상 우리 아버지를 떠올리곤 한다. 현생에서 어린것들을 내버려 두지 못해, 자신의 피와 피로로, 어린것들을 지킨 이. 한 번의 상실을 겪은 어버이께 어린것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효도는, 어버이의 임종 직전까지, 꼿꼿하게 건강히 일생을 살아내는 일이다. 나는 살아야 했다. 살고 싶었다. 삶의 지향성이 내가 아니더라도, 살고 싶었다.


사랑하는 이여, 삶이 아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삶이 다했을 때, 삶에 대해 후회하지 말라.


 언제나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되었던 청년은 작은 세상을, 자신의 나라를 어린것들이라 믿었다. 청년의 26년을 본 나는, 나로서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나. 미안함과 고마움. 또 미안함과 서러움. 그리고 다시 미안함과 아픔. 생은 가슴에 애환을 넣고 간직한 채 살게 한다. 그 고통을 잘, 마무리 짓는 게 우리의 숙명이지 않을까.


 나는 산도스에스시탈로프람정과 아빌라이정을 먹고, 그 청년에게 전화를 건다. 활짝 웃으며, 나의 생생함이 당신의 귓가에 닿기를 바라면서. 창문과 대문을 열고서 언제든 나를 환영하기 위해 늘 거기 서있는 당신을 찾아가기 위해. 온몸에 서서히 힘이 돈다. 한 번의 조소와 함께 날숨을 내뱉는다.


“아부지 ! 나 출근했어유 ~”


당신의 은혜에 보답합니다. 감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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