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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초연 Aug 19. 2023

수족냉증 연인의 보름달

제로콜라를 마시다 네가 생각나서 써봤어.

너의 품 안에서 보름달을 본 적이 있었지.

햇빛으로 반사된 달의 청명함이

너의 눈동자 안까지 이어져 있더라.


그런 너의 눈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더니,

도리어 내게 달이 담겨있다 말해줬어.


내가 먼저 말하려 했는데.. 작게 읊조리며,

눈 안에 주황빛이 도는

너의 품으로 깊게 파고들었지.


네 눈과 내 눈에 담긴

보름달의 형상과 여운은 달랐나봐.


내 눈 안의 보름달은 파란빛이었대.

약하게 흔들리고 있는 하늘색과 가까운 그런 빛.


그날의 너의 초연함과 달의 은은함이

타고난 나의 우울을 빛으로 태워 없애버리고 말았어


손발이 모두 차가운 우리는

보름달이 단지

눈앞에 있다는 자연의 순리에 반응하여,

서로를 품에 안음으로써 따스해졌는지도 몰라.


그렇게 깊어져만 가는 겨울의 나의 우울은

너 옆에서 서서히 꺼져만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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