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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초연 Mar 25. 2024

연애 #3-7

과거 여자들과의 연대감

내 남성분의 여성분들은 꽤 많았다. 나보다 6살의 연륜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간 속의 지나간 여성분들은 오늘의 그에게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흔적을 남겨놓았다. 과거의 연애문화 같으면 경험이 많은 연인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요 근래 문화는 꽤나 반전됐다. 오히려, 경험이 없는 자에게 호감이 떨어지는 추세랄까. 나는 내 남성분에게 남겨진 나이테의 흔적을 보며, 언니들의 수고스러움을 은은히 알게 되는 날이 있었다.


과거의 여성분들과 어떤 장소를 다녀와, 나에게 좋았던 기억을 되살려 그 장소를 추천하는 일, 성에 있어서 서로의 안전을 위해 가다실을 함께 접종했던 이력, 같이 있더라도 혼자 있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사계절 내내 손을 잡아주는 행동, 어디에 있더라도, 어떤 시간이라도, 한두 시간에 한 번씩은 자신의 존재를 연인에게 알려주는 습관들. 오늘날의 내 남성분을 만들어 놓기 위해서, 수많은 여성들의 눈물과 삐짐, 그리고 결단이 뒷받침되었을 것이 명명백백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과거의 여자들' 중에 한 명이 되었을 테지만, 우리 여성들 사이에는 연대감이 있다. '내가 키워서 딴사람을 준다.'는 옛말이다. 혹여나 이 글을 읽는 자들 중에, 과거의 연인들에게도 질투감을 느끼는 자가 있다면, 한 번 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연인은 누군가의 노력에 의해 더 나은 사람이 되어서 당신의 옆에 있는 건 아닐지. 그래서 당신의 눈에 여러 번 밟혔던 건 아니었을까?


우리는 오늘 비록 판교에서 만났고, 내 남성분은 수원, 나는 과천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연인이 과천의 집 앞까지 안전하게 귀가하는 모습을 보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그는, 판교에서 과천까지 우회하는 과정을 거쳤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과거의 여성분께 감사해하며, 그리고 그걸 받아드려 조금 더 사랑을 고도화시킨 오빠에게 사랑을 표하며.


'오늘날의 오빠를 있게 한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끼면서, 사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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