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들의 생일이 다가온다. 둘은 2년 터울을 두고 11월, 12월에 정확히 한 달 차이로 태어났다.
쌍춘년 1월에 결혼해서 11월에 태어날 황금 돼지띠 아이를 기다리며, 임신 중에는 입덧하면서 서울서 대학원 다니면서 직장 다니면서 주말부부하면서, 출산만 기다렸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세 식구만 있는 포항에 가서 그림 같은 생활을 하는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에게 출산은 충격 그 자체였다.
온몸이 그만큼 아프고 벌어지고 찢어지는 경험은 절대 우아하지 않았고, 자연주의 출산과 육아를 꿈꾸며 조산원을 오가면서 열 달을 보냈는데 그렇게 하늘만 아니라 온 세상이 시꺼메질 줄 알았으면 당연히 처음부터 무통분만이란 걸 했을 테다.
큰율은 11월 29일 저녁 8시 무렵, 작은율은 12월 29일 아침 8시 무렵 태어났다.
둘을 낳고, 나는 출산의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48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눈을 붙이지 못했다.
출산과 모성애를 미화하는 모든 말에 배신감을 느꼈다.
그런데 다시 출산을 한 기분이다.
작년 이맘때 다시 출판 번역을 꿈꾸며 기획서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올해 시작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기획서가 검토서로 샘플로 번역으로 연결되는 동안 평생 그 어느 때보다 더 떨었던 것 같다.
간절했지만, 왜 간절하고 어떻게 간절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저 떨고 불안해하며 열 달을 보냈던 거다.
어쨌든 올해 그렇게 세 번째 책의 번역이 끝나가는 중이다. 시작이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시작 이상을 하긴 했다.
지난주에 올해 첫 번째로 번역한 책의 역자 교정을 끝냈는데, 오늘 벌써 인쇄가 끝났다고 한다. 모양새를 갖추고 서점 사이트에 올라온 결과물을 보니,
갑자기 온몸이 아프다. 몸에 아이를 가졌을 때처럼 지난 열 달 내내 속에 뭔가를 갖고 있었던 기분이다.
맘껏 기뻐해야 하는데, 가슴으로 한 열 달의 진통이 갑자기 사무쳐서 14년, 12년 전 그 불면의 시간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