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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Mar 11. 2022

[ 닮다 ]

30년 시골길

오늘은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앱을 열어 '주변 맛집' 검색을 해보았다.

평소에는 추천 리스트의 레스토랑을 찾았다면, 오늘은 호텔 뒤편 골목으로 천천히 걸어가 보려고 한다.

오래된 간판에는 '30년 시골길'이라는 문구 외에는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었다.

화려하지도 꾸며지지도 않은 그곳, 어쩌면 너무 초라해 보이는 비주얼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너무나 빈티지한 이곳에 도전해 보고 싶다.

메뉴는 딱 하나, '낙지볶음'.

입구로 들어와서 자리에 앉자마자, 묻지도 않고 음식이 나왔다.

큰 기대 없이 맞이한 음식은, 매콤하면서도 끌림이 너무나 강했다.

국수와 함께 제공된 낙지볶음은 그 자체로도, 또 밥과의 비빔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30년간 대를 물려가면서도 오직 하나의 메뉴를 만들어온 모자(母子).

30년 전의 허름한 그 모습 그대로를 물려받은 아들.

그것을 바라보는 며느리의 모습에도 음식만큼이나 가식 없는 진심이 담겨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천천히 스며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서로가 느끼고 그것에 행복해하는 것 같다.


매콤한 낙지볶음 한 접시를 30년간 만들어온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고,

그것을 나누는 모든 분들의 표정 또한 행복해 보인다.


어느덧 그 안의 모든 이들의 표정은 매콤한 행복에 잠기고, 천천히 함께 스며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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