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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별 Dec 01. 2022

반드시 작가로  자리하겠다는 다짐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2에 다녀와서

 독립출판계 최대 행사라는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2'에 다녀왔다. ‘출판한 책은 없어도 글을 쓰기에 작가’라고 자기 위안을 해왔지만, 정식 작가가 아니므로 입장권을 구매해 손님ㅡ작가도 입장권을 구매해 손님으로 참여할 수 있다ㅡ으로 참여했다.


 서울 국제 도서전 때 이미 느꼈듯 여전히 ‘책’을 찾는 사람이 많다. 도서 관련 행사장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말이다. 종이책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고는 하나 그것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것은 결코 아닐 테다.


 국제 도서전이 처음 참여한 도서 행사여서 기억에 남는다면, 퍼블리셔스 테이블은 ‘독립’출판의 의미가 컸다. 대중의 수요나 철저한 마케팅적 기획과 무관하게, 정말 작가의 개성 넘치는 작품을 가득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 후기는 한 마디로 ‘사람이 많은 건 질색이지만 인파 따위 신경도 안 쓰일 정도로 뜻깊었‘다.

 넓고 깊은 독립출판계답게 셀 수 없이 많은 글과 그림 등 작품이 있었다. 작가의 개성은 문투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잘 쓰인 글ㅡ애초에 잘 쓰인 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있나?ㅡ이어야만 배울 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주제와 참신한 구성을 보고 느낀 점이다.


 똑같은 형식에 비슷한 주제로 적힌 글만 주야장천일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의 글은 물론이요, 글에 어울리는 책의 형태를 제각각 만들어낸 작품을 볼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몰랐던 작가를 알게 되는 재미도 있었다. 이 자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취향이 통하고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평생 모르고 살았겠지 싶었다.    





 작품만큼이나 작가의 성향도 가지각색이었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묻는 말에만 답하는 작가님, 모든 손님에게 밝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작가님, 지친 듯ㅡ행사 둘째 날 주말이니 지칠 만도 하다ㅡ 로봇 같은 눈빛과 목소리로 구경하고 가라고 말하는 작가님, 눈을 반짝이며 작품을 소개하는 작가님... 모든 작가의 개성이 뚜렷했다.


 작가로 참여한다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스스로를 상상했을 때 아마 초반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눈을 반짝이며 열의를 가지겠지만, 곧 지쳐서 다소 딱딱하게 손님을 대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서 결심했다. 언젠가 작가로 참여한다면 내내 따뜻한 사람이기로. 부담스럽지 않게 인사를 건네고, 가벼운 주제로 말을 걸고, 필요한 만큼의 설명을 친절하게 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내 글의 7할은 우울에 기반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저자로서는 글과는 다르게 서글서글하고 따스하고 싶다.    





 SNS툰이나 에세이로 인기 많은 작가의 부스가 붐비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어느 부스에나 ‘작가님 팬이에요!’라고 말하는 이가 있었다. 심지어는 ㅡ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인 거니까ㅡ ‘이런 글로 책을 쓴다고?’ 싶었던 작가의 부스에도 말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내 글에 공감해줄 사람도 한 명쯤은 있겠지’하는 자신감이 솟으면서, 일단 해야겠다는 의지를 재차 다졌다. 이런 글을 내놓아도 될까, 나는 어차피 안될 거야 하면서 차일피일 미뤘던 나와는 다르게 ‘이뤄낸’ 모든 작가님이 대단해 보였다. 어쨌거나 ‘해낸’ 분들이니까. ‘해냈다’는 능력이 가장 존경스럽다.


 매번 불타올랐다 픽 꺼지기를 반복했지만, 이번 행사는 아주 깊은 곳에 작은 불씨를 지폈다. 부스의 주인으로, 작가라는 이름으로 저 자리에 앉아있고 싶다는 불씨. ‘언젠가는 작가로 앉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보다는 ‘내년에는 앉고 말겠어!’라는 의지 쪽으로 마음이 서서히 기울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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