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생명의 일을 하도록

화분에 물 주기

by Rumina

어느 봄날, 꽃 집에서 마음에 드는 화분 하나를 데려왔다.
또 죽일까 무서워 설명을 잘 듣고 왔지만 역시나 얼마 못 가 줄기가 다 사라졌다.
어린 조카가 남은 줄기 하나를 마저 뽑아 버렸을 때, 식물과는 인연이 없구나 생각되었다.
아쉬움에 바로 버리지는 못했다. 화분은 밑동만 남은 채 겨울을 지났다.

봄이 오면 버리려고 했는데, 메마른 흙 사이로 줄기 하나가 올라왔다.
기쁘고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마음에 들었던 평범한 화분은 버려야 할 화분이 되었다가 사랑하는 화분이 되었다.


하나의 줄기는 곧 다섯 개가 되었고 뿌리내린 땅보다 더 큰 잎사귀를 뽑아내었다.
애정이 가니 관찰하게 되었고 관찰을 하니 알게 되는 것이 있었다.

작은 잎이 자라서 커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큰 잎이 말려 있다가 펴진다는 사실이었다.

뿌리내린 땅보다 더 큰 잎사귀를 줄지어 올려 보내는 것이 신기하였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이 작은 땅에서 큰 잎사귀가 올라오는 것은 땅의 힘일까, 생명의 힘일까?


생명의 힘이다.


땅과 햇빛은 거들뿐, 애초에 가지고 있는 생명이 좋지 않은 조건에도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성급하게 버리지 않은 덕에 3년째 그 화분을 보며 생명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생명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먹고 소화시키고 배설을 하고 움직이는 것을 넘어 생각하고 욕망하고 좌절하는 생명의 활동들은 나와 하나이기에 소중하지도 신기하지도 않았다.

욕망은 생명의 한 부분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성장을 갈망한다.

모든 식물과 동물이 저마다의 생명대로 자라듯 사람에게도 자라야 할 몫이 있다.

꽃처럼 피어나 마주 보아야 할 진정한 자기 모습이 있다.

매슬로우 욕구 5단계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누었다.

1단계는 생명을 유지하려는 욕구이다. 생존에 필요한 의복, 음식, 보금자리 등에 대한 원함이다.

1단계가 충족이 되면 2단계 안전 욕구로 넘어간다.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안정감을 유지해야 한다.

3단계는 애정과 소속의 욕구이다. 가족, 친구, 연인 등 원하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다.

4단계는 존경 욕구로 자아 존중과 자신감, 성취 등에 관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과정에 따라 충족되면,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가 발현된다.

자기를 계속 발전하게 하고자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욕구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욕망을 나쁜 것이라 치부하며 산다.

원함을 충족시키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라는 무언의 암시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혹은 넉넉하지 못한 환경 속에서 원함을 거절당하고 때로는 체벌받았기 때문이다.


욕망은 살아있는 것들의 권리이며 의무이다.


당연한 욕구에 솔직하지 않으면 자라지 못한다. 자라지 못하는 존재는 불행하다.

누구나 이 욕구들의 각 단계 별 결핍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기에 결핍은 당연하다. 그러나 결핍은 다음 단계에 영향을 미친다.

충분한 1단계 발판이 없이 2단계 충족은 어렵다.

아마 많은 사람이 2단계와 3단계 사이 어디쯤 머물러 있을 것이다.

돌아 보건 데 나는 2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여러 이유로 나는 내 안에서 안전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보다는 불안을 회피하며 방황한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나이가 어떻든 상관없다.

1단계부터 충분한지 살펴보고 결핍이 느껴진다면 채워야 한다.

어렵거나 거창한 일이 아니다. 단계 별로 필요하다 여겨지는 작은 일들을 직접 해보는 것이다.

1단계를 위해 궁금하거나 먹고 싶은 음식을 미루지 않고 먹어 볼 수 있다.

2단계를 위해 무엇이 불안한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다. 노트에 감정을 적는 것이 도움이 된다.

3단계를 위해 가족과 지인들에게 의식적으로 친절과 미소를 보내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그들의 반응과 호의를 의심도 계산도 없이 인정하는 연습을 할 수도 있다.

1단계에서 3단계까지 원함이 채워지면 존경 욕구와 자아실현 욕구는 자연스럽게 올라오고 이루어진다.

이러한 소소한 계획과 실행으로 하루를 채울 때 내면은 질서를 잡아간다.

생명을 따라 자라게 된다.

생명은 그 자체로 제기능을 한다. 욕망은 생명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자신 안의 욕구를 인정하고 그것을 이루며 자라는 것은 존재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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