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SKP 백화점 - 항아리 속 문어

한국의 니트(knit) 제품

by 누두교주

2011년 9월 북경의 신광천지(지금은 SKP로 개명) 백화점 3층에 직영 매장을 내고 그해 11월에 보희조(报喜鸟)그룹과 여러 개 매장의 대리점 계약을 한꺼번에 체결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더욱이 그 계약 당사자는 중국 시장의 남성복을 선도하는 업체였고 여성복 전개의 파트너로 우리 회사의 브랜드를 선정한 것이다.


계약 조건은 매장 하나당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내고 일 년에 2-4회 우리가 주최하는 수주회에 와서 한 개 매장당 일정 금액 이상의 제품을 구매해 가는 것이었다. 드디어 대륙경영의 오랜 꿈이 손에 잡히는 순간이 된 것이다.




처음 매장을 내고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관리와 판매를 하던 시간이 지나고 제2, 제3의 직영점과 대리상 매장이 개설되면서 본격적으로 수입한 한국 상품을 중국 시장에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일을 겪었지만 가장 속상했던 일중의 하나는 니트(knit) 제품의 품질이었다.


한국의 니트 제품은 디자인과 칼라가 예쁘고 피팅도 중국 로컬이나 서양의 브랜드에 비해 탁월해, 판매가 잘되는 아이템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독 많은 수량의 반품이 돌아왔다. 나는 매일 한 군데 이상의 매장을 돌아보며 그 이유를 세밀히 관찰해 보고 고객과도 소통해 보았다.


대부분의 고객은 우리나라 knit제품의 탁월한 비주얼이 구매 동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리나 다른 한편으론 공통적으로 입으면 '따갑다(扎)'는 반품의 이유를 제기했다.


중국 여자들은 겨울에 니트 의류를 입으며 안에 따로 속옷을 받쳐 입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국에서는 몰랐던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그런 연후에 내가 '짜장면 룩'이라고 명명한 중국의 니트 의류를 확인해 보았다. 칼라는 촌스럽고 갖은 꽃무늬를 수놓고 레이스가 팔랑거리는 중국 로칼 브랜드의 니트 의류는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두 가지가 달랐다. 첫째는 성분이었다. 기본적으로 양모(양털) 100%이고 신광천지와 같은 고급 백화점의 경우는 캐시미어 100%가 기본이었다. 따라서 전혀 따가울 일이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바느질이었다. 한국의 제품과 달리 옷을 뒤집어 입어도 될 만큼 보이지 않는 옷 안쪽의 바느질이 촘촘하고 단정했다.


가격은 수입한 한국 니트 제품과 중국 로칼 브랜드의 제품이 거의 비슷했다. 이러한 이유들이 작용해 누가 봐도 더 예쁜 우리 옷을 샀다가 반품하고 당장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편한(舒服)로칼 브랜드의 니트 제품을 골라 가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나는 당연히 이러한 중국시장의 문제점을 한국의 브랜드 홀더에게 전달하고 니트 제품의 성분과 봉제의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그 이유는


① 한국에선 파는데 전혀 문제없다.


② 중국에서 그렇게 까다롭게 굴면 어려워진다. 정 필요하면 현지 특성에 맞는 것 직접 수배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한국 브랜드를 통한 문제 해결을 포기하고 중국 브랜드의 성분과 품질을 유지하며 디자인을 개선하는 쪽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만일 내가 중국 니트 브랜드 사장이라면 판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 시도해 볼 것 같다.


우선 한국 브랜드의 옷을 사다가 짝퉁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과 칼라만 베끼고 나머지는 내 성분과 품질 기준대로 해서 내가 생산하는 짜장면 룩과 섞어서 파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한국 디자이너를 고용해 아예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다. 필요하면 한국의 패턴사를 함께 채용할 수도 있다.


또는 그 유명한 동대문 시장에 내가 직접 가서 참고할 샘플도 쇼핑하고 디자인 좋은 것은 아예 많은 수량을 사서 상표를 내 상표를 바꾸어 내 매장에서 파는 것도 고려해 볼만도 하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해서 위에 열거한 모든 일들은 지난 10년간 실제로 한국과 중국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그 결과 중국에는 이미 한 반(韩版 - 한국스타일의 의류)이라는 카테고리가 구성되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한국에서 팔리는 제품과 같은 비주얼과 성분이라면 한국보다 싸다. 한국 제품과 같은 가격이라면 한국 제품과 같은 비주얼이고 한국 제품에 비해 좋은 성분에 품질이 월등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그동안 디자인 능력에 앞선 한국 브랜드들은 그렇지 못한 중국의 브랜드에 비해 많은 이익을 누렸다는 것이다. 한국 브랜드들의 문제는 많은 이익을 누리기만 했지 경쟁우위를 지속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는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디자인 능력은 따라 잡히고 가격경쟁력은 상실한 우리 브랜드들이 이제는 중국의 도매시장을 기웃거리며 물건을 떼다 라벨을 바꾸어 한국에서 파는 지경이 된 것이다.


원산지만 중국이라고 정확히 표기하는 이상 상표를 바꾸어 파는 것은 현행법에 문제 되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의 고급 브랜드는 중국의 고급 도매시장을 가고 한국의 저가 브랜드는 중국의 저가 도매시장을 뒤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중국의 땡 시장(1)의 물건도 적지 않은 물량이 한국을 향하는 것을 보면 탄식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사입의 다양한 순기능을 무시하고 공격하는 것이 이글의 목적이 아니다. 이글의 목적은 단지에 담긴 문어처럼 제 다리를 잘라먹으며 포만감에 빠져 불과 얼마 후의 일은 망각하고 마는 어리석은 일부 패션 브랜드의 각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문어다리 8개 중에 몇 개 잘라먹었으면 이제 정신 차리고 단지를 나와 생존을 도모해야 할 때다. 나머지 다리 다 잘라먹고 대가리만 남아 바닥을 구르는 것은 그렇게 좋은 생각 같지는 않다.


K-Fashion과 단지 안의 문어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무엇인가?


소비자라면 이제는 옷을 살 때 최소한 성분은 한 번씩 보고사는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 패션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 될 것이다.



(1) 현지에서 보통 '스징' 상권(石井商圈)이라고 부른다. 주소는 广州市白云区石丰路一号107国道旁/841. 이며 288번 버스가 간다.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가격은 믿을 수 없도록 싸고 품질 역시 믿을 수 없다. (위 사진의 원피스 가격은 대략 한국돈 6,200원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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