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개봉한 [극비수사](1)라는 영화는 유괴된 아이의 생사를 몰라 애태우는 부모, 교활한 범인, 그리고 무능한 경찰이 안타까운 시간을 더해가는 것으로 도입부를 구성하고 있다.
이때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매우 다양한 선수들이 등장한다. 한문책을 산처럼 쌓아놓고 음양오행을 푸는 점쟁이, 물 위에 아이 사진을 띄워놓고 살아있는지를 점치는 무당, 최면을 걸어 아이를 납치한 차량의 번호를 알아내려는 심리학자 그리고 산에서 기도를 드리고 부적을 쓰는 도사들이다.
이들의 분석, 예언, 신탁(神託)등의 공통점은 딱 하나! 전부 맞추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주인공 도사도 완벽하지는 못했다. 그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는 소통(communication)의 문제이다.
옛말에 이르기를 “귀신은 말하지 않고 점으로 고해준다”②고 한다. 그런데 중간에 그 점을 해석하는 사람이 귀신이 보여주는 징조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옛말에는, 귀신은 "휘파람 소리 같고, 우는 소리 같다. 뼈를 바르는 소리로 중얼거리다. 또는 짐승의 소리처럼 재잘재잘 소리를 내"➂ 그 뜻을 전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거나 오해한다면 당연히 그 점은 틀릴 수밖에 없다.
점이 틀리는 두 번째 원인은 점치는 사람(점의 수요자) 에게 있다. 점을 치러 온 사람이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거나 또는 사태 파악을 잘못해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의사에게 환부를 보여 주지 않는다던지, 어디가 아픈지 말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명의이고 첨단 장비가 있다고 한 들 제대로 진찰하고 치료할 방법은 없다. 또는 탈모증세로 고민하는데 산부인과를 찾아가 이빨이 아프다고 하면 산부인과 의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산천이 말을 할 수 있다면 관상가의 얼굴이 흙빛 같아질 것이고, 오장육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의사는 먹고살 수 없을 것이다"④라는 말은 이 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의 경우는 문제가 '귀신'에게 있는 경우이다.
정말 모든 귀신이 앞날을 정확히 예언을 할 수 있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나 같으면 로또 번호를 물어볼 것 같다. 주역(周易)이 그렇게 신통하다면 주(周) 나라가 망하지 않았을 것이고 음양오행이 그렇게 방통 하다면 한(漢) 나라가 두 번씩 망할 이유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보이는 것만 믿던 종족과 보이지 않는 것도 믿던 종족이 있었는데 우리 인류는 보이지 않는 것도 믿던 종족의 후손이라고 한다. 보이는 것만 믿던 종족은 소리 없이 숨어 노려보던 맹수의 먹이가 되었지만,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진다던지 작은 짐승이 놀라 갑자기 빠른 속도로 달리면 아무것도 보이거나 들리지 않아도 바로 도망친 무리가 우리의 조상이라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반응하던 종족의 후손인 우리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는 않지만 분명히 우리 곁에 존재하는 그 무엇에 대한 매우 정교하고 구체적인 상상을 발전시켜 왔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고 들리지 않는다고 전혀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것을 기미, 조짐, 낌새, 징조, 예시 등으로 표현한다.
철 이르게 잘못 핀 개나리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뛰어나와 얼어 죽은 개구리는 천지의 점괘를 잘못 읽은 것이다.
여름날 한 줄기 바람을 맞고 부지런히 둥지를 단단히 엮은 제비는 뒤이은 큰비에 무사할 수 있었다. 이는 귀신의 점사를 제대로 알아들은 것이다.
떨어지는 오동잎 한 잎을 보고 천하의 가을이 깊었음을 알고 겨울을 준비할 수 있지만 오동잎 한 잎이 떨어진다고 해서 천하에 가을이 오는 것은 아니다.
겨울의 눈보라와 얼음을 보면서 새 움트는 새봄을 정확히 셈해낼 수 있다면 견디는 추위가 덜 힘들 수 있다.
천명(天命)을 듣고 천기(天氣)를 느끼고 천시(天時)를 헤아리는 일, 그것을 우리는 '점을 친다'라고 한다.
점을 치는 일은 얼음이 듬뿍 든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머리숱이 풍성한 대머리와 비 오는 날 썬 탠을 하며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① 2015년 개봉했다. 곽경택 감독 작품으로 김윤석, 유해진이 출연하며 넷플릭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② 『예기』「예운」 편에 나오는 말이다. 원문은 “鬼神不言以卜筮之也”이다.
➂ 당(唐) 나라 한유(韓愈)의 송궁문(送窮文-궁귀를 전송하는 글)이 출전이다. 원문은 若嘯若啼.....砉欻....嚘嚶. 이장우 외 『고문진보 후집』. 2020. 9. 을유문화사. 서울. p. 440.
④ 리링(李 零), 황종원 옮김『논어, 세 번 찢다』글 항아리. 경기, 파주. 2011. p.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