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사람은 많다

by 누두교주

30년 가까이 중국을 상대로 business를 해온 나에게 가장 듣기 거북한 중국어를 들라고 하면 "중궈, 런~뚜어(中国人多)이다. 우리말로 '중국에 사람은 많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중국이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으니 틀린 말도 아니고 대단히 쉬운 평범한 이 말이 중국과 관련지어 생각하면 무척 잔인하고 스산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2010년 7월 23일 중국이 자랑하는 고속철이 저장성 남부 온주라는 도시 근처에서 추돌사고를 냈다. 이로 인해 객차가 탈선하고 탈선한 객차의 일부는 교각 아래로 추락했다. 희생자 수는 7월 24일 관영 신화통신은 사망 43명(외국인 2명 포함) 부상 211명이라고 발표했는데 7월 26일 중국 저장성 당국은 사망이 39명이라고 정정했다. 7월 29일 부상자 중 사망자가 발생해 사망이 40명이 되어야 하는데 중국 당국은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 서버를 둔 보쉰 닷컴은 사망 259명, 부상 183명, 실종자 154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사고 희생자 숫자가 명확지 않은 이유는 한마디로 말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고 수습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고 발생 후 우선순위는

① 사고 지점의 정리(사고 잔해를 전부 옮겼다)

② 신속한 열차 운행 재개(25일 운행이 재개됐다)

➂ 정해진 가격에 보상협의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고 현장에는 여러 중장비가 신속히 배치돼 희생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사고 객차를 묻어버렸다. 심지어 묻히는 열차 안에서 희생자 신체 일부가 보이는 화면이 송출되기 까지 했다. 이 와중에 24일 인명구조 작업 종료를 발표한 뒤 2살짜리 아이가 사고 객차의 잔해 속에서 발견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즉 생존자가 여전히 발견되는 상황에서 구조 작업을 종료한 것이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항의했고 당국은 인민의 뜻에 따라 묻었던 기차를 다시 파냈다.


사고 원인 조사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가능하지 않았다. 이럴 때 중국에서 소환하는 것인 천지신명이다. 사고 원인은 벼락이 떨어져 신호기가 고장 난 것으로 합의 봤다. 사고 원인도 규명하기 전에 기차를 땅에 묻은 이유에 대해 당국은 기술 유출을 두려워해서라고 해명했다.


사고 발생 후 5일 후에 당시 총리인 온가보가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그다음 날인 29일, 중국 정부는 유족들에게 더 많은 배상금을 지급하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지원책을 제공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32개의 협상 팀을 꾸려 사망자 보상금 협의를 진행했다. 기본 보상금은 50만 위안(약 8천만 원)이지만 빨리 합의하면 얼마간 인센티브를 제공하다는 것이 협상전략이다. 여기에 대해 상해시의 정금곤(丁金坤)이라는 변호사는 사고 지점인 저장성의 2010년 1인당 연간 가처분 소득을 인용하며 정부의 보상안은 적다고 강력히 주장하며 배상액이 최소한 54만 7천18위안(약 8천7백5십만 원)은 돼야 한다며 기염을 토했다.



이 사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 사람은 많아' 하면서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신속히 사회적 관심에서 지워져 갔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면 중국 사회가 두려워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인권이니 희생자니 하면서 소수의 안전과 권리를 위해 다수가 불편한 것을 용인하지 않는 효율을 추구하는 영혼이 없는 모습이 그것이다. 나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사회적 이슈들로 인해 내 돈벌이에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는 지독한 배금주의의 인색함이 그것이다.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려 옳은 일은 북돋고 그른 일은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이로움과 해로움, 큰 이로움과 작은 이로움을 따지는 것이 그것이다.




난데없이 중국의 10년 전 교통사고를 소환해 부정적인 시각을 에스컬레이팅 한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우리 바다에 살다 중국으로 끌려간 꽃게, 오징어, 명태도 그렇지만 나날이 짙어가는 미세먼지를 보면서 쟤들이 언제나 철들까 하는 생각 하다 보니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다. 이전엔 내가 한 달에 한 번은 중국에 가서 알아듣게 교육을 시켰었는데 그나마 코로나 덕분에 이 년째 발걸음을 못하고 있으니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 같아 마음이 어지럽다.


가을(秋)이 깊어 가며 시름(愁)이 깊어가고 가슴이 답답해지니(鬱) 나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진다. 그런데 쥔 주먹은 어디다가 놓았으면 좋을꼬!




아래 링크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자세한 보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url.kr/7lnf5b




어디다가 놓았으면 좋을꼬! : 서정주의 시 추일 미음(秋日微吟 - 가을을 작은 소리로 읊조림) 의 일부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울타릿가 감들은 떫은 물이 들었고

맨드라미 촉계는 붉은 물이 들었지만

니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안해박은 뜰 안에 큰 주먹처럼 놓이고

타래박은 뜰 밖에 작은 주먹처럼 노였다만

내 주먹은 어디다가 놓았으면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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