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不法)의 평등화와 吾日三省

제1 학이 편(第 一 學而 篇) - 4

by 누두교주

지금은 많이 안 보이지만, 과거엔 길에 교통경찰이 많았다. 그들 중 일부는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 ‘교통 범칙금 딱지’를 떼는 데 있다고 믿던 사람이 분명히 있었다. 예를 들면 불법 좌회전이 금지 됐으나 (도로 구조상) 좌회전하기 쉬운 지점에 숨어 있다가 좌회전하자마자 나타나는 식이다. 이때 비분강개해 외치는 내용은 대부분 “왜 나만 잡아”른 벗어나지 않는다. 교통경찰이 범칙금 딱지를 떼는 동안에도 운 좋은 사람들은 불법 좌회전을하며 지나가기도 한다.


내 기억에 최고위층 인물 중 불법의 평등화를 주장했던 최초의 인물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는 내란혐의 재판과정에서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일갈했다. 그가 느꼈던 감정이나 교통경찰에 걸려 딱지를 떼는 상황에 처한 우리들의 감정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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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법의 평등화 주장은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 매일 원치 않아도 그 꼴을 봐야 한다. 현 야당 대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의심받는 본인의 과거 범법행위는, 수사 단계에서 본인의 결백을 증명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그건 열심히 안 하고 꼭 다른 사람의 잘못을 주장하며, 전두환의 언어를 재방송한다. 다만 다른 점은, 전두환은 혼자 주장했었는데 지금은 같은 당 국회의원 여럿이 돌아가면서 주장한다는 것이다. 주군(主君)을 위한 충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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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이 그렇게 좋으면 얼른 주군의 결백 증거를 찾고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될 일이다. 남을 끌어들여 불법의 평등을 추구할 일은 아니다.




공자의 제자 증자는 이점에 대해 사이다와 같은 주장을 했다.

나는 매일 나 자신에 대하여 세 가지를 반성한다. 남을 위해 일을 함에 있어 불충실하지 않았는가, 친구들과 사귐에 있어 신의를 잃은 일은 없는가, 스승에게서 배운 것을 익히지 않은 것은 없는가이다.①


전두환과 현 야당 대표를 위 문장의 주어로 각각 대입시켜 보면 묘한 차이가 느껴지는 건 나만 그럴까?

이 구절도 매우 많은 서로 다른 해석이 존재한다. 간단히 예를 들면, 매일 세 가지 반성을 한다는 해석이다. 세 가지 반성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①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도모함에 충실하지 않았는가(爲人謀而不忠乎?)

② 친구와 교제하며 미덥지 않았는지(與朋友交而不信乎?)

③ 제자들에게 지식을 전수하며 스스로 익숙하지 않았는지(傳不習乎?)②


다른 해석으로는 ‘세 번’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多次)’ 반성한다는 의미이며, 뒤에 세 가지는 반성하는 내용의 예를 든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③




그런데 내 생각은 결이 좀 다르다. 반성을 세 번 하던 여러 번 하던 별로 중요하지 않다. 충실, 신의 등의 덕목도 반성할 여러 덕목의 하나일 것이다.


내가 볼 때 이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나(吾)’이다. 살피고 반성해야 하는 주체는 나라는 점이 가장 위대한 통찰이다.


증자는

①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도모 함에 있어, 다른 사람이 혹시 충실하지 않을까 살피는 대신 자기를 반성했다.

② 친구와 교제하며, 저 친구를 믿을 수 있을까 살피지 않고 자신을 반성했다.

③ 제자들에게 지식을 전수하며 제자들이 예습·복습했는지 살피기보단 스스로 익숙하지 않았는지 반성했다.


자신의 잘못을 살펴야 할 시간에, 불법의 평등을 주장하느라 목젖이 피곤한 이들에게 전하는 증자의 일갈은 참으로 사이다와 같은 청량함이 있다.


다른 사람의 불법과 나의 결백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설마 그걸 모를까? 알면 왜 쓸데없는 주장을 하며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할까?


나는 반성한다. 나도 저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대문 그림 : 吾日三省吾身을 이미지화 한 그림이다. 자기 반성하는데 꼭 이렇게 폼 잡고 앉아 있을 일은 아니다. (출처; https://me2.kr/LwUJT, 검색일. 2023. 02.22.)


① 김학주 역주 『논어 論語』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p. 6-7.

원문은 다음과 같다. 曾子曰: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② 류종목의 생각이다. 류종목 지음 『논어의 문법적 이해』 ㈜문학과지성사. 서울. 2020. pp.21-22.


③ 양백준의 시각이다. 杨伯峻。『論語譯註』中华书局. 北京. 2019. pp.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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