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조건 - 賢賢易色

제1 학이 편(第 一 學而 篇) - 7

by 누두교주

아는 걸 안다고 하고,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 멋진 말이다.


옳은 걸 옳다고 하고, 옳지 않을 걸 옳지 않다고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 속이 시원한 말이다. 격렬하게 동의한다.


예쁜 걸 예쁘다고 하고 못생긴 걸 못생겼다고 하는 것이 옳다. - 많은 사람들이 어디 아프냐고 묻고, 몸조심하라고 한다.


아름다운 것을 왜 아름답다고 하면 안 될까? 여자를 외모로 평가하는 것이 옳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누가 가치를 매긴다(平價)고 했나? 그냥 느낀 대로 순수한 마음을 표현한 것뿐이다.


나는 누가 나에게 아름답다고 하면 불쾌하지 않다. 못생겼다고 하면 두들겨 패주고 싶지만, 그 사람이 예쁘면 그냥 참는다. 가끔 웃기도 한다.




『논어』의 특징 중 하나가 ‘색(色 - 아름다움)’이라는 글자만 들어가면 해석이 꼬인다. 『논어』에 처음 '색'이 나오는 문장이다. 우선 비교적 논란이 없는 부분부터 정리해 본다.


부모를 섬김에 있어서 자신의 힘을 다할 수 있고, 임금을 섬김에 있어서 자신의 몸을 바칠 수 있고, 친구와 교제함에 있어서 말에 신용이 있다면, 비록 못 배웠다 할지라도 나는 반드시 그를 일러 배웠다고 할 것이다.①


임금 어쩌고 하는 것이 좀 시대착오적이긴 해도, 전반적으로 수긍이 갈 만한 좋은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이 문장 맨 앞에 있는 네 글자의 해석이다. '賢賢易色 (현현역색 또는 현현이색)'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이다. 가장 점잖은 해석은 아마도 양백준의 해석일 것 같다.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마음을 고귀하고 품행이 뛰어난 마음으로 바꾸라"②


색(色)을 아름다움으로 풀었다. 그런데 뭔 소린지 잘 이해가 안 된다. 중국 사람 특유의 뜬구름 잡는 느낌이다. 김학주는 좀 더 구체적으로 해석했다.


"호색(好色 - 여자를 밝히는)하는 마음을 바꾸어 어진 사람을 어질게 여기며"③


색을 이성적 호감의 의미로 풀었다. 이점이 이해를 편하게 한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다.




부모, 임금, 그리고 친구로, 점점 범위를 넓혀 갔는데, 도입 부분이 호색 어쩌고 하면 좀 생뚱맞지 않는가?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을 보라.


호색하는 마음을 바꾸어 어진 사람을 어질게 여기며, 부모를 섬김에 있어서 자신의 힘을 다할 수 있고, 임금을 섬김에 있어서 자신의 몸을 바칠 수 있고, 친구와 교제함에 있어서 말에 신용이 있다면 비록 못 배웠다 할지라도 나는 반드시 그를 일러 배웠다고 할 것이다.


전체 문맥이 부모 – 임금 – 친구로 확대되는 인간관계를 나타내고 있으므로 도입 부분도 인간관계가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합리적이다. 과거의 부부 관계는 인륜의 시작(人倫之始)이고 왕도의 기초(王化之基)였으니, 부모 앞에는 마땅히 부부 관계가 오는 것이 합당하다.④


그렇다면 '賢賢易色 (현현역색)은 '賢賢易色 (현현이색)으로 읽고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아내를 대함에 있어서 현덕을 중시하고 미색을 경시하며


'색'을 아내의 용모로 푼 것이다. 그러면 전체적으로 말은 된다. 하지만 나는 ‘아내는 못생겨도 착하면 된다는 데’ 결단코 동의할 수 없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상대가 아름답게 보인다.⑥ 따라서 아내라면 경시될 미색은 근본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아름다운 사람이 하는 일은 당연히 현덕 해 보인다.

따라서 부인(또는 남편)이 현명하니까 못생겨도 참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제정신이 돌아오면 현실이 보이겠지만, 그때는 부모의 경우와 같은, 선택의 여지가 제한된 혈연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아포리즘으로 이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결혼한 남자(여자)는 자기 아내(남편)에게만 예외일 뿐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그리고 자기 아내(남편)에게도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⑦


역설과 달리 아포리즘(箴言)은 그 말을 뒤집어도 같은 의미라고 한다.

결혼한 남자(여자)는 자기 아내(남편)에게만 예외일 뿐 매력적이다. 그리고 자기 아내(남편)에게도 그럴 때가 많다.⑧




뱀 발 : 문제의 핵심 두 가지

(1) 아내 (남편)가 못생겨 보인다면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식이나 부모가 이상하게 보일 때도 마찬가지다.

(2) 공자의 문제들 중 하나는, 개인적 문제(부부, 부모 자식)를 무리하게 사회, 국가적으로 확대하려고 시도한데 있다. 둘을 같은 중심을 소유한 동심원으로 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난 21세기 들어서 잘생긴 정치가를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대문 그림 : 송 씨 세 자매. 중국 포털에서 賢賢易色을 검색하면 예외 없이 나오는 사진이다. 셋 다 시집 잘 간 여자다. (출처; https://me2.kr/PlbQJ, 검색일, 2023. 02.15.)


① 류종목 지음 『논어의 문법적 이해』 ㈜문학과지성사. 서울. 2020. pp.25-27. 원문은 다음과 같다. (위 번역한 부분은 밑줄 친 부분이다) 子夏曰: "賢賢易色; 事父母, 能竭其力; 事君, 能致其身; 與朋友交, 言而有信, 雖曰未學, 吾必爲之學矣."


② 杨伯峻。『論語譯註』中华书局. 北京. 2019. p.5. 원문은 아래와 같다.

用尊贵优秀品德的心来交换爱好美色的心.


③ 김학주 역주 『논어 論語』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p.8-9

원문은 다음과 같다.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④ 杨伯峻。『論語譯註』中华书局. 北京. 2019. p.5.


⑤ 류종목 지음 『논어의 문법적 이해』 ㈜문학과지성사. 서울. 2020. pp.25-27.


⑥ 움베르토 에코는 1페이지의 삽화와 2페이지의 예를 나열해 설명했다. 그는 사랑에 빠진 남자라고 했지만, 나는 사랑에 빠진 여자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잠깐만 예를 든다면, 사랑에 빠진 남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여인을 찬양한다. 그 여자가 아무리 이상하게 생겼어도, 못생겼든, 주름투성이든, 여드름이 많든, 창백하든(.....)(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지음, 이세진 옮김 『에코의 위대한 강연, SULLE SPALLE DEI GIGANTI』주식회사 열린책들. 경기, 파주. 2022. pp.119-121.)


⑦,⑧ ibid. 264. 괄호는 내가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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