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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를 위한 블루

태풍을 피하는 법을 배우기보다 따라 춤추는 방법을 배우기

by 개양이 CATOG

https://www.youtube.com/watch?v=x5NzQMR9wHM

제시 지현, Mindful Resilience, video, 2020

코로나19

2019년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한 것.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유난히도 다른 재난 사건들과 사건 사고가 많았던 2019년을 기점으로 코로나는 '인간들아~ 지구를 그만 괴롭혀라~!'라고 외치는 과부하에 걸린 지구의 외침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재난 상황에서도 불굴의 도전 정신과 자연을 정복하려는 의지는 많은 성과들을 이루어냈지만, 자연을 돌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들에 대한 지구의 일침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2019년 캐나다 토론토 국립 현대미술관에서 1년간 레지던시 작가로 입주하게 된 나는, 꿈의 공간에 입주하게 된 것에 대해 날아갈 듯 기뻤다. 학교 졸업반, 일, 그리고 레지던시 작가 병행까지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던 상황이었지만, 다양한 문화권의,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과 한 공간에서 창작활동에 몰입할 수 있게 되어, 꿈이 현실로 다가온 이 기회에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터뷰를 보러 오라던 회사에서는 고용계획이 없다는 취소 통보 메일을 받았고, 레지던시는 물론 토론토 전체는 한순간 유령도시처럼 변해버렸다. 사람들이 모일법한 장소에는 접근금지 테이프가 여기저기 나붙었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간간이 마주치게 되는 아시안 혐오주의자들을 피해 겨우 식료품점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재난 상황임을 감지한 몇몇 사람들은 Panic Buying을 시작했고, 식료품점의 생필품들은 동이 나기 일쑤였다. 아, 전쟁이 나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구들을 잔뜩 가져다 놓았던 레지던시 작업공간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고,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되자, 답답해서 견디기가 힘들어졌다. 마치 창살이라도 뚫고 나가겠다는 내 모습에 함께 살던 동생은 그래도 바이러스는 위험하다며 자기 아이패드를 빌려주었다. 이거라도 그리면서 답답함을 좀 풀라 고말이다. 디지털 드로잉의 세계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레지던시 성과 보고 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전환기를 담은 디지털 Mindfulness 마음 챙김 시리즈 드로잉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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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kimbo.ca/listings/at-intervals-akin-artists-in-residence-program-exhibition/? fbclid=IwAR1 UabxQQnyqwfpNriz2 N-FeWV-WA4X3 CcvcresBPcwNTYvy_u17 uEmK9 ms

토론토 미술전문지에 실린 자료


마음 챙김 Mindfulness

마음 챙김 'Mindfulness'는 산스크리트어의 스므리티, 필리어에서의 사띠(sati) 등에서 유래하여 "매 순간순간의 알아차림"(moment-by-moment awareness)의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wikipedia)

내가 이해한 마음 챙김은 그래서 과거의 실수, 아픈 행적, 현재의 고통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스스로의 삶의 궤적을 부정하는 일이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을 방해한다. 실수는 실수대로, 고통은 고통대로, 상처가 아니라 '궤적' '흔적'정도로 있는 그대로 조금 멀리서 따뜻하고 느긋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그리고 과거의 실수나 고통의 원인을 제대로 마주하고 'aware인지'하는 것 만으로 이미 마음 챙김의 상당 부분을 성공한 것이다.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매 순간순간 알아차리고, 오늘을 충실하게 '존재'하는 '현존' 시작이다.


태풍을 피하는 법을 배우기보다

태풍을 따라 춤추는 법을 배우다.


매일 회복해야 하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코로나19는 때로 집에 함께 사는 가족들과 너무 가깝게 만들기도, 밖에서 만나는 친구나 직장동료들과는 ‘너무 멀게’ 만들기도 한다. 누구라도 코로나 블루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한 생활을 하려면 바꿀 수 없는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보다 ‘나와 ‘나’의 관계를 건강하게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랜 건강문제로 인해 도움을 받았던 아로마 테라피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스스로의 마음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답답한 공간에서 스스로를 위한 아로마 테라피를 수행하며 ‘툭’하고 뱉어내듯이 매일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담으며 록한 이야기는 현재의 마음을 마주하고, 유연하고 탄력 있게 회복하고 마침내 마음과 춤추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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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마주하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시련 앞에서 몸에 힘을 잔뜩 주어 저항하기보다는, 처한 상황과 마음을 마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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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탄력(회복 탄력성)

슬플 때는 충분히 슬퍼도 한 후, 살짝 힘을 빼고 탄력 있게 회복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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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춤추다

유연하게 춤을 추듯이 대응하는 것이 코로나19와 나의 장기화된 건강 회복과정처럼 장기화된 어려움을 극복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이 마음을 연습해본다.



코로나라는 거대한 태풍을 타고 춤추는 방법을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코로나를 인간의 의지로 없애려는 노력이 아니다. 그저 현재의 코로나 블루를 힐링 블루로 탄력 있게 마음을 회복하여 지금, 여기 오늘 '현재'의 땅에서 춤을 추기 위한 노력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 코로나 블루를 위한 힐링 블루 에너지를 보내드립니다~!




현재 와디즈에서 크라우드 펀딩 중인 프로젝트예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117130?utm_source=maker_kakao&utm_medium=117130_jes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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