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의식 마주하기
한겨울의 추위는 자전거는 고사하고 걸어가는 것 또한 힘들게 만든다. 그리하여 요즘 같은 엄동설한에는 자가용이나 버스를 이용하는데, 마침 아내가 차를 이용한다고 하여 쓰레기도 버릴 겸 집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이용하였다.
그런데 옆자리에 앉은 여성이 쉴 새 없이 통화를 해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용건이 있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들려서 내용을 들어보니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애인과 아침 먹었냐는 대화 수준의 것을 버스 타기 전부터 지속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의 마음은 꺼려지는 마음을 내었지만 이내 그 마음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 마음은 어디서 나왔을까?
그곳에는 20대의 내가 있었다. 20대 시절 타지에서 공부와 수련을 하던 나. 그때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굉장히 익숙한 때였다. 그래서 틈만 나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별 것도 없는 대화를 1시간이고 호숫가를 걸으며 떠들었다. 누군가 같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어려울 때 그렇게 했다.
하지만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낯선 단어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낮에는 50명의 환자를 돌보고 밤에는 아이들과 아내를 돌보는 지금, 외로움은 나에게 너무나 먼 단어다. 그래서 잊고 있었다. 잠자리에 누우면 양 옆에 아들이 있고, 틈만 나면 안기는 셋째를 품은 아내가 있기에 잊어버린 감정, 외로움이 내 무의식 안에 있었나 보다. 그리고 통화를 하던 여인의 모습에 그 자신을 발견하고 거울마냥 투사하여 마음속 동요를 일으켰나 보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거짓말처럼 그 여자는 통화를 멈추었다. 그리고 나는 버스 내리기 전에 얼른 글을 시작했다.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침부터 나의 감춰있던 무의식을 바라보게 해 주고, 글감까지 제공해 준 이름 모를 여인에게 감사하다.
혹시 타인에게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내 안의 어떤 무의식이 그 모습을 발견했는지 찾아보는 하루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