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수련에서 배운 교훈
정신과를 수련하면서 배우는 내용 중에 내가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명언이 하나 있다. 바로 '모든 환자는 옳다(Every patient is right)'라는 명언인데, 정신과 전문의라면 수련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듣고 몸에 새기는 명언이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이렇다. 예를 들어 환자가 환청을 호소하고 있다고 해보자.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저건 무슨 이상한 소린가, 뭔 헛소리를 하나 싶을 수 있다. 하지만 환자가 느끼는 환청은 '진짜'다.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환자에게만은 그 환청이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로 환자가 환청을 듣는다고 상정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
물론 이런 접근법에는 부작용도 꽤나 있다. 환자가 faking bad, 즉 아픈 척을 하는 경우 그런데, 예를 들어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이 되어서 약을 타고 싶은 경우나 병역 이슈가 걸려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정신과 의사는 모든 환자가 옳다는 것을 모티브로 삼되, 이러한 특수 상황에도 대비하도록 수련받는다.
모든 환자는 옳다는 명언은 우리 일상생활에도 그대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즉, 모든 사람은 옳다. 그들은 그들 주위에 있는 경험을 주관적으로 하면서 살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떤 상황을 겪더라도, 그 상황을 자신의 처지와 관점에 맞춰서 재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생 고생만 하고 살았던 사람이면 호사스러운 상황이 와도 불편감이 들 수 있고, 우울한 성향의 사람이면 즐거운 일들이 다가와도 부정적인 측면을 바라보며 부정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어떠한 관점이나 주장을 억지로 관철시키려는 노력은 꽤나 부질없다.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의 주관적인 경험을 만들어가면서, 그 사람 가장 가까이에 있는 현실을 만들어가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을 굳이 굳이 바꾸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꾸고 싶은 방향으로 나 자신이 변화하면 된다. 그 사람과 상호작용을 놓지 않으면서 나의 바뀐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은 변화를 느리지만 확실하게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