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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Sep 01. 2024

성냥 한 개비 그리고 성탄

고장난 자동차를 수리하다

성냥 한 개비 그리고 성탄

 
 

시리게 곱은 손으로
점화선을 찾는 어둠이라서


화악 몇 해를 지나온 것만 같아서
환하게 솟구쳐 오르는 불멸의 꽃불
한 개비라고 우스운 것이 아니어서
성냥 한 개비가 다 타기까지의 무수한 전설
우리 마음을 살라버리는 그 무엇
팔각성냥 한 통에 들어있는 수많은 인생
뜨겁게 타오르고 새롭게 태어나고
쓰던 원고를 다비하고 난삽한 영혼을 밝히고
부재하는 그림을 불러 앉히고, 다시 그대를 부르고
그리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유년을 몰아 오는
한 개비에 담긴 영화처럼 미쁘게 아름다운
흰 눈 쌓인 캐럴이 흐르는 시간


도로 위에서 자동차가 그렁거리는 안갯속이라서
어머니가 주신 유엔 성냥 그 한 개비를 그어
곱은 손으로 점화선을 찾는
오늘은 유난히 깊은
성탄의 밤
 
시와사람 2024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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