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악 몇 해를 지나온 것만 같아서 환하게 솟구쳐 오르는 불멸의 꽃불 한 개비라고 우스운 것이 아니어서 성냥 한 개비가 다 타기까지의 무수한 전설 우리 마음을 살라버리는 그 무엇 팔각성냥 한 통에 들어있는 수많은 인생 뜨겁게 타오르고 새롭게 태어나고 쓰던 원고를 다비하고 난삽한 영혼을 밝히고 부재하는 그림을 불러 앉히고, 다시 그대를 부르고 그리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유년을 몰아 오는 한 개비에 담긴 영화처럼 미쁘게 아름다운 흰 눈 쌓인 캐럴이 흐르는 시간
도로 위에서 자동차가 그렁거리는 안갯속이라서 어머니가 주신 유엔 성냥 그 한 개비를 그어 곱은 손으로 점화선을 찾는 오늘은 유난히 깊은 성탄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