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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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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햇반 Nov 21. 2023

지금의 내가 해야 한다고 믿는 일들 중 하나


생각해 보면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  마음가짐은 요즘 유행하는, 소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정신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나도 백조처럼 유유히 물 위에 떠 있는 척하기도 하지만, 실은 그때문에 물 아래 발짓이 더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이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적 마음가짐을 장착하고 바둥거리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인식이야 하고는 있지만 어쩌겠나, 이 모양으로 생겨먹은 것을.


재외동포 한국어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컨설팅과 특강을 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이미 잡혀 있는 일정들이 너무 많아서 정말 시간을 초재기로 쓰고 있는 상황이라, 실은 죄송하다고 고사하려던 참이었는데, 그만 정중하고 다정한 언어들 때문에 거절에 실패했다.


"훌륭한(죄송함다^^;;) 교수님이라는 말씀을 평소에 많이 들어서 꼭 한번 뵙고 싶었다"는데, 어쩐 일인지 오늘은 진심처럼 느껴졌다. (진짜 훌륭한 사람들은 이런 말에 현혹되지 않는 법이니 훌륭하지 않은 것도 다 뾰롱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후보 날짜들 중에 딱 하나 맞는 시기가 있기에 겨우겨우 끼워 넣었다. 강연 준비하려면 그보다 더한 몇 배의 시간이 투입되어야 하니, 아마도 이걸 내가 또 왜 한다고 수락했나, 이놈의 팔랑귀를 어쩌나, 스스로를 탓하며 머리를 쥐어뜯게 될 것이 뻔하지만,


그래도 내가 소속된 대학 밖의 사람들, 특히 다양한 학생과 학부모, 학교 안팎 교사와 교육 종사자들을 만나는 일은 어떻게든 해야 하는 일이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 시간이 되는 한은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과 자원을 나누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시기라고 믿는다.


국내 및 해외 교육기관에서, 교육현장에 발을 딛고 교사로서 운영자로서 깊이 관여했던 경험을 지닌 교수가 우리 분야에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외동포 교육, 다문화교육, 한국어교육, 국어교육, 아동교육, 청소년교육 등 이 모든 분야를 두루 걸쳐 실제 학교 현장 경험을 지닌 교수는 더더구나 드문 편이다.


학문적 성취가 나보다 큰 사람이야 수도 없이 많을 것이고, 교육적 경험 측면에서도 나를 대신할 사람이야 어디에든 있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내게로 그 일이, 그 사람이 다가왔을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끊어내고 가지를 쳐야만 하는 시기가 올 것이 분명하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가 보기로 마음 먹고 있다. 몸이 좀 고단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신과 마음이 어지러운 것보다는, 그것이 지금의 내게는 낫기도 하다. 훌훌 털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만들어주는 이런 외적 요인과 상황이 끊임 없이 일어나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교수일기

#이놈의팔랑귀

#몸쓸놈의사명감

#칭찬에약해서사는게고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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