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이름만으로도 빛나는 작가 닥터 수스(Dr. Seuss). 언젠가 그의 수많은 작품들을 모아 함께 훑어볼 기회를 만들 생각인데 그 전에 우선, <The Lorax>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The Lorax>는 1971년 출간된 작품으로, 인간의 탐욕과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한 소년이 어둡고 황폐한 어느 타운에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 이 작품은 '원슬러(Once-ler)'라는 인물이 자신이 겪은 옛이야기를 소년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모든 생명체들의 이름은 그의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닥터 수스가 만들어 낸 상상 속의 이름으로 명명되고 있다.
원슬러(Once-ler)가 처음 이 땅에 도착했던 무렵, 이곳은 풍성한 가지와 아름다운 갖가지 빛깔의 잎을 지닌 '트러풀라 트리(Truffula Tree)'가 울창한 멋진 숲이었다. 원슬러는 아름다운 이 나무를 베어 내어 인간에게 아주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쓰니드(Thneed)'라는 천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것을 팔아 돈을 벌게 된 그는 가족과 친지와 친구들을 이 숲으로 불러 모으고, 나무를 더 많이 베어 내고, 더 많은 천을 생산해 내기 위한 공장을 세운다. 숲속의 동물들에게 열매와 쉼터를 제공하던 나무들이 점차 없어져 가고, 공기와 물은 오염되어 간다. 더이상 살 수 없게 된 이곳을 새들과 물고기, 동물들은 모두 떠나게 된다.
‘로렉스(Lorax)’는 베어낸 트러풀라 나무의 그루터기 속에서 나온 인물이다. ‘말을 할 수 없는’ 나무들을 대신해 탐욕으로 가득찬 원슬러에게에게 끊임없이 주의를 주고 경고를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로렉스의 걱정 가득한 끊임없는 경고도 탐욕으로 가득찬 원슬러에겐 무의미하고 어리석은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마지막 남아 있던 나무 한 그루마저 베어내 버린 날, 로렉스도 마침내 이 숲을 떠나고 만다.
나무도, 새들도, 물고기도, 동물들도, 사람들도, 로렉스도 모두 떠난 자리엔 오염된 하늘과 물과 황폐한 땅만 남게 된다. 폐허가 되어 버린 그곳에는 떠나 버린 로렉스가 남긴 'UNLESS'라는 단어 하나만 작은 바위 위에 새겨져 있을 뿐이다.
원슬러라는 인물은 마지막까지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데, 끝부분에 가서는 진심으로 후회하는 마음을 고백하고, 단 하나 남아 있는 유일한 '희망'인 트러풀라 나무의 씨앗 하나를 소년에게 쥐어 준다.
▲ 독서 후 해 볼 만한 활동 - 토론, 글쓰기, 만들기
책을 읽고 난 후 아이들과 나눠 볼 수 있는 화제는 끝도 없다. 우리가 '꼭 필요하다'고 믿고 있는 것들 중에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들이 혹시 없는지, '큰 것, 많은 것' 등이 반드시 좋은 것인지, 개발과 생산을 피할 수 없다면 환경오염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 지금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등.
권장 연령은 만 4-8세 정도에 해당하지만 주제를 다루는 깊이와 정도에 따라 그보다 큰 아이들도 어린 아이들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이 책을 읽을 무렵 우리 아이들은 이제 막 네 살, 일곱 살이 된 즈음이었다. 심도 있는 글쓰기나 토론이 아니라도, 그 연령에 맞는 대화로 주제를 풀어가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아이들은 특히 매일 사용하는 종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름대로 진지하게 나누었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선 나무들을 잘라야 하는데 매일매일 너무 많은 종이를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무를 너무 많이 잘라내면 산소가 부족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숨쉬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를 제법 심각하게 나누더니 이후로는 이면지 활용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 다양한 재료로 만든 여러가지 종류의 상상 속 나무들.
그 밖에 독서 후 활동으로 상상 속의 나무 만들기 놀이도 해 볼 만 하다. 빨대, 나무 막대, 철끈, 솜, 색종이, 실, 선물 포장지 등을 이용해 다양한 모양의 나무를 만든 후 이름을 붙여 보는 놀이다.
우리집 두 꼬마가 만든 여러 가지 나무들 중에는 '스시 트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이 나무에는 맛있는 종류의 김밥이 수도 없이 열리고 아무리 따 먹어도 김밥은 계속 새로 열리는 신기한 나무란다. 실제로 그런 나무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닥터 수스는 '어린이 책은 꼭 교훈적일 필요가 없다. 다만 재미있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 <The Lorax>는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3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가슴에 와 닿는 ‘교훈’까지 진하게 남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