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동화
눈을 떠보니 사방이 둥글게 돌을 쌓아 놓은 벽이다. 깜짝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고는 위쪽을 올려다보니 높다랗게 쌓인 돌들의 벽 윗부분이 뻥 뚫려있다.
처음엔 무슨 굴뚝 안에 들어와 있나 싶었는데 마음을 가다듬고 여기저기 살펴보니 우물인 것 같았다. 영문도 모른 채 우물 안에 빠져있었다. 다행히 물은 전부 말라버려 한 방울도 없었다.
왜 이 안에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술 취한 채 돌아다니다 떨어졌나? 도무지 알 수 없다.
다행히 어디 다친 곳은 없었다.
우물의 물이 말라서 다행이지 물이 우물 높이의 반만 차있어도 나는 지금 살아있지 못했을 것이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휴대폰은 없었다. 상의 안쪽에 넣어 둔 지갑은 그대로 있었는데 펼쳐보니 지폐도 여전히 두둑했다. 그러나 이 상황에 지폐는 별 쓸모가 없었다.
거기 누구 없냐고 소리쳐보고 도움을 요청해 봐도 우물 안에서의 울림만 있을 뿐 인기척조차 없다.
아 이 안에서 소리를 지르면 밖에 어느 정도 크기로 들릴까. 그냥 우물 속 이 원통의 공간에만 울릴 뿐인 걸까. 밖으로 조금은 새어 나가긴 하는 걸까. 알 수 없었다.
배가 고프다. 위를 올려다 보아도 아주 조금의 하늘이 보일 뿐이다. 지금 내게 허락된 하늘은 저 동그란 우물 입구의 크기만큼 뿐이었다.
여전히 하늘만 올려다본다. 밖으로 다시 나갈 수만 있다면 나는 내 방의 창문을 활짝 열고 탁 트인 넓은 하늘을 하루 종일 올려다볼 것이다. 저 우물 입구를 통해서 하늘을 보고 있자니 지난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창문이 마치 경건한 존재같이 느껴졌다. 실내에서도 넓디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내다볼 수 있게 해주는 존재 아닌가.
이 지경이 되고 보니 넓은 하늘을 마음껏 올려다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 인가하고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