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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램 Aug 01. 2024

물듦




어디서 물들었어?

친구를 잘못 사귀면 못된 물이 든다고 다.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문득 물든다는 건 그 사람 세계로 들어가 몸을 담근다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만의 색을 가진 물의 형태로 살고 있는 것이 된다.

손톱에 물을 들인다.
이건 내가 원하는 색을 골라 들이는 것이다.

'물든다'와 '물들이다'는 묘하게 닮았고, 교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물든 이야기인가 하면

<어린 왕자>를 필사하던 중 '길들이다'를 만나서다.

너무 유명해서 짧은 명언으로 많이 접했고, 소행성 이름 역시 번호만 외우고 있었다.


뭣 좀 아는 듯

뭣 좀 있는 듯

막상 책을 들고 펼치니 내가 알던 것들과

아는 척했던 순간들이 민망함을 앞세워 쳐들어왔다.


어둠을 들어 올리며 떠오르고

서서히 나를 데워 대지를 덥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저 혼자 스르륵 덮이는 책의 뒤표지처럼

서서히 어둠을 부르는

노을처럼 물들고 싶다.

세상을 물들이고 싶다.





그나저나 땡볕더위 아래 생각이란 얼마나 떨쳐버리고 싶은 껌딱지인가.

그러고 보면 생각이란 것도 적절한 온도에서 맛을 내는 모양이다.

그래서 겨울에 별미인 글이 있고 여름이 제격인 글이 있나 보다.


생각에서 습기가 빠지니  사막 같다. 이 역시 가보지도 않고 하는 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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