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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램 Jul 22. 2024

제철

연일 습한 바람이 불어온다

땀이 난 것도 아닌데

손바닥엔 물기가 어려있다.


운 적도 없는데 

울었다 닦지 못한 눈물처럼

서린 물기에 

찝찝한 건 마음뿐만이 아니다.


맨 살로 만나는 

여름의 물기는

쩍쩍 들러붙어

축축 가라앉힌다.


그런데 

이상한 게 

눈 모서리 쪽에서 거슬린다.


늘 고만고만하던 식물이 심긴 화분이다.

그토록 싹을 틔우지 않던 녀석이

태어나고 있다.

보란 듯이 살았노라 외쳐댔다.


봄이 가진 새 생명의 경이로움을

여름이 연장해 가는 중이라 눈여겨보지 못한 사이로

물기가 가득한 한 여름에 태어난 것들이 있었다.


축축 쳐지는 무력감과 인중의 주름을 무시한 채로

쭉쭉 뻗어 자라는 열대식물은 웃어대느라 입가에 주름이 가득하다.


습해서 찝찝하다며 짜증 나려던 차에

신나서 자라는 화분을 보고서

분을 삭인다.


드디어 자신의 계절을 만나

신나게 노래 부르는 열대 식물과 매미들의 합창이

제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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