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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램 Jul 19. 2024

그랬다.

여름은 밀어냈다.

끈적이는 서로의 체온이 스칠 때면 

진득하게 붙었다 떨어지는 느낌이 싫어 

처음부터 부딪치지 않으려 한다. 


벽지에 들러붙은 여름의 어느 삶 역시 

떨어지지 않는 습의 집요함에 

푸르스름한 꽃을 기어이 벽에 피워내고 만다. 


속 모른 사람이 말한다.

환기를 잘 시켜야지.

속 모른 소리다.


여름에 집안에 핀 푸르스름한 꽃은 꿉꿉한 향기까지 더한다.

겪어본 사람은 알기에 모른 척 넘어갈 수 있는 그 향에 

속 모른 사람은 말하고 만다.

무슨 냄새야? 옷 좀 빨아 입어라!

속 모른 소리다.




제습기를 갖추고, 건조기를 사고, 에어컨이 내장된 집에서 살게 되었다.

날씨가 습해서 벽과 이불이 눅눅해지면 제습기를 돌린다.

벽지와 옷 등에 푸른 꽃을 피워내던 습한 씨앗들은 제습기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환기를 한 후 밀려들어온 습기를 막으려 에어컨을 가동한다.

습해진 손이 금세 꼬들 해진다.


긴 장마철 

속 모를 눅눅함과 속 모를 냄새가 나는 

그 속을 알고 있다는 

자만에 찬 여자 곁으로

이름모를 향수가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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