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은 인사의 몫, 결정은 대표의 몫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나에게는 이상한 기류가 흘렀다.
누군가는 테이크 아웃 커피잔을 들고선 "내돈내산이에요" 라고 말을 하며 지나갔고 누군가는 “회의하고 올건데 법카로 결제해도 돼?”라는 말을 속삭이듯 물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결국 입을 열었다.
“경영지원팀에서 공지를 안 한 건 실수 아닌가요?”
“아무도 말 안 했는데 왜 갑자기 안 된다는 거죠?”
“원래 되던 걸 갑자기 빼앗는 건 복지를 철회하는 거잖아요.”
클레임이 들어왔다.
직접 오기도 했고, 개인 DM으로 오기도 했고, 각 팀장을 타고 돌아 돌아 흘러오기도 했다.
그리고 모두가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
“규정 바뀌었으면 공지를 했어야죠.”
“이건 사내 문화에 영향 주는 변경인데 왜 공지 하나 없는 거예요?”
“이러니까 회사가 신뢰를 못 받는 거잖아요.”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커피 금지는 우리 팀에서 정한 게 아니었고 그 어떤 가이드도 받지 못했으며 심지어 이 모든 게 대표가 결정한 뒤에 공유되지 않은 채 벌어지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건 문제가 된 그 팀의 중간관리자 A와 대표 사이에서 구두로만 오간 얘기였고 그 중간관리자는 그걸 자신이 '대표의 신임을 받아 전하는 이야기'로 포장해 팀별로 따로따로 전달했을 뿐이었다.
어느 순간 회사 전체가 ‘구두 통보’를 마치 사내 규정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곤란했다.
"정확히 어떤 내용이 있었던 건지"
"누가 말했고, 왜 전달했고,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해석인지" 어느 것 하나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직원들은 그런 맥락을 알지 못했다.
그저 “경영지원팀이 공지 안 한 것, 규정이 없는 것, 복지를 철회한 것”만이 문제처럼 보였다.
사실 그 어떤 회사든 '조직의 룰이 바뀌었을 때 책임지는 부서'는 인사팀이다.
그걸 누가 정했든, 공식 루트가 아니었든, 혼란이 생기면 결국 인사가 욕을 먹는다.
왜?
"왜 우리는 모르는 거죠?"
"왜 아무도 말 안 했죠?"
"왜 누군가는 알고, 누군가는 몰라야 하죠?"
그 질문들이 향하는 곳은 항상 같으니까.
그날 이후 나는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규정이 없다는 건, 자유가 아니라 혼란을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
누구는 자유라고 여기지만 누구는 억울해지고 누구는 해석하고 누구는 해명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누구’들 사이에서 늘 진화하지 못한 구조를 감당하게 되는 부서가 된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꼭 규정이 필요할까요?”
그럴 땐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잘못도 없는 인사팀이 대신 사과하게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