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그리고 불편한 침묵의 시작

커피 한 잔이 만든 서열, 그리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 합의

by 소시민

그 팀은 이후로도 마음껏 법카를 사용했다.
늘 칼퇴하던 팀이었지만 퇴근 전에 3명, 5명 모여 저녁까지 챙기고 집에 가곤 했다.

그러던 중, 회사가 사무실을 옮겼고 흩어졌던 팀들이 한 공간에 모이게 되었다.

그리고... 일이 터졌다.

각자 쓰던 공간에선 눈에 띄지 않았던 행동이 같은 공간에선 고스란히 드러났던 것이다.

그날도 그 팀은 출근길에 어김없이 커피를 사 왔다.
대표는 그 모습을 보고 그팀의 바로 중간 관리자를 불렀다.


“법인카드로 커피 사 오지 마세요.”


그날 이후, 커피는 중단되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대표는 “규정처럼 공지하지 말라”라고 했다.
문서도, 공식 메일도 없었다.

그래서 모든 건 ‘구두 전달’이었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웠던 사내 전달 방식이었다.

문제의 당사자인 그 팀의 중간 관리자가 각 팀별로 한 사람씩 따로 불러 마치 자기가 대표의 신임을 받아 전체 방침을 정한 것처럼 말하며 “법인카드로 커피 사 마시지 마세요”라고 알린 것이다.

본인의 팀에서 비롯된 문제였음에도 그는 책임을 인정하거나 공유하지 않았다.
오히려 메시지를 포장해 권위처럼 휘둘렀다.

나는 그 순간 무책임함과 회피, 그리고 권한을 가장한 전달 방식이 얼마나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지를 느꼈다.

규정이 없기에 책임도 없고 공식이 없기에 왜곡도 쉬웠다.

그렇게 우리는 누구도 직접 말하지 않지만 모두가 눈치 보며 따르는 불편한 침묵을 하나 더 갖게 되었다.



규정은 사람을 억누르기 위한 게 아니라 사람을 지켜주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 정도는 괜찮잖아”라는 말들이 조직을 갉아먹을 때,

그 빈자리를 메우는 건 결국, 말 없는 고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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