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코어라는 이름의 특권

규정 없는 자유는, 어느 순간 특권이 되었다

by 소시민

규정 없는 자유는

어느 순간 특권이 되었다.

우리가 인원이 적을 땐 법인카드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지금도 없다. 대표는 규정을 만드는 걸 원하지 않았다.
“강제하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 다들 자유롭게 사용했다.

회의 후 밥을 먹고, 산책 겸 카페에 들르고, 저녁도 외부에서 해결했다.
모두가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눈치껏 썼다.

나는 오히려 그 ‘조심스러움’이 건강한 조직의 태도라 생각했다.
회사 돈이기 때문에 더 신중하고 동료를 배려하며 유연함 속에서 서로의 온도를 맞춰가는 것.
그게 상호 존중이고 문화라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자유로움’은 특정 팀의 일상이 되었다.

아침마다 커피를 사고, 점심마다 카페를 들르고, 퇴근 후엔 꼭 회식을 했다. *일부 인원만 :)
다른 팀은 법카라서 늘 조심스럽게 쓰는데 그 팀은 마치 월급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팀의 막내가 내게 와서 말했다.

“커피를 마시기 싫은데, 매일 아침 법인카드로 사 오라고 합니다.”

나는 물었다.
“그럼 안 마시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팀 리더가 그러더라고요. 우린 이 회사의 코어니까, 그 정도는 해도 된다고요.”


코어?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우리 회사는 아직 팀이 많지도 않았고 그 팀이 회사의 핵심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고객들을 담당하고는 있었지만 매출을 만들어오는 팀은 아니었기에 결코 그들의 몫만으로 굴러가는 회사는 아니었다.

나는 확신했다.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말들이 떠도는 거라고.
그래서 규정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대표는 여전히 말했다.

“그냥 유연하게 가자고. 강제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모호함은 방치되었고 누군가는 ‘코어’라는 이름으로 특권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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