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독주
기획 회의였다.
안건은 ‘효율화’였다.
두 팀 간 협의 프로세스를 정리하고 경계가 모호한 회색지대를 없애며 전반적인 업무 흐름을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각 팀에서 한 명씩 차출되어 TF가 구성됐고, 그는 말했다.
“모두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처음부터 정해 놓은 답을 말했다.
그의 결론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실무자로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경험을 공유하고, 병목을 짚어내고, 해결을 모색했다.
그러나 우리가 그와 마주한 회의 테이블은 '논의의 장'이 아니라, 정해진 결정을 위한 의례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참고할게요.”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회의실 안의 공기가 식었다.
모두의 입이 닫혔다.
그의 머릿속엔 이미 정답이 있었다. 실무자의 경험은 반영되지 않았다.
우리는 그 사실을 다음 회의 전 전달된 문서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 문서에는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 대신, 그의 생각만 정리되어 있었다.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 TF.
그 뒤로 우리는 입을 열지 않게 되었다.
의견을 내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그는 리더였다. 대표였고 한 팀의 팀장이었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은 언제나 일방적이었다.
그가 대표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기도 했다.
그는 상대의 말을 듣는 척했지만 그건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재료 수집에 불과했다.
“나는 충분히 들었고, 다 고려했다. 이게 최선이다.”
그는 늘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가 진짜로 들은 건 우리의 목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확신을 강화할 수 있는 근거들뿐이라는 것을.
의견을 내는 문화는 사라지고 구성원들은 점점 침묵에 익숙해진다.
그는 말한다.
“왜 아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지?”
그는 모른다. 자신이 그 여지를 가장 먼저 지워버렸다는 것을.
진짜 리더십은 말을 잘하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말을 끝까지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되기 전에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리더들이 ‘듣는 것’을 포기한 채 ‘정답’을 먼저 말한다.
그 순간부터 협업은 멈추고, 따름만이 남는다.
나는 이 리더를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나를 지킬 수 있다.
그의 방식에 상처받지 않고, 내가 믿는 협업의 가치를 잃지 않는 것.
언젠가 그런 리더십이 필요로 될 자리에서 나는 반대로 행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말을 듣고 여지를 주고 ‘함께’라는 단어를 진짜 의미로 실현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