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의 지인, 그게 기준이라면
입사한 지 오래되었고, 그만큼 마음속에 새겨진 감정의 곡선도 복잡해졌다.
기대와 책임, 헌신과 체념, 그 모든 감정이 겹겹이 쌓이며 나는 그 안에서 오래 버텼다.
하지만 결국 마음이 떠나는 이유는 단순한 사건 때문이 아니다.
사소해 보이는 말 한마디, 불합리한 기준 하나가 마지막 결정의 트리거가 될 뿐이다.
그 순간까지 나는 참 많은 걸 감내하고 있었다.
며칠 전, 내 뒤를 잇게 될 사람의 1차 면접을 진행했다.
지원자는 경력도 충분했고, 무엇보다 이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같이 일하게 된다면 내가 떠나는 자리가 헛되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흔쾌히 2차 면접을 제안했고 채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내부에 의견을 올렸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연봉이 너무 높아. 부담돼."
순간, 납득이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이 조직엔 경력도 전문성도 없는 다만 ‘대표의 지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나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와 같은 연차지만 훨씬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이가 ‘지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합격 안내가 나가야 한다.
그 순간 깨달았다.
여기에서 연봉의 기준은, 능력도, 경력도 아니었다.
기준은 단 하나.
“누구의 사람인가”
그 기준표에 나는 없었다.
그 판단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또 다른 부탁이 나에게 주어졌다.
“인수인계를 위해, 조금 더 일하고 가는 건 어때?”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말속에 담긴 진짜 의미는 업무를 이어받을 그의 지인을 위해 내가 다 준비해 놓고 가라는 말이었다.
나는 묻고 싶었다. 내가 왜 그 일을 해야 하나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나는 또 헌신해야 하나요?
그 순간, 마음 안의 문이 조용히 닫혔다.
더는 이 기준 안에서 스스로를 설득할 수 없다.
내가 감당할 이유가 없다.
그 몫은 나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고 들어올 사람의 몫이다.
아니면 그 기준표를 만든 그들이 직접 해야 할 일이다.
나는 그 테이블 위에 올라 있지 않았으니까.
조직에서 ‘기준’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준이 언제나 공정했는지는 묻고 싶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기준들이 결국 '사람의 사람'에 따라 흔들릴 때,
그 틈에서 내가 얼마나 소모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시작된 기록입니다.
더 늦기 전에, 내 마음의 기준을 회복하기 위해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