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가 구이 밥그릇에 있는 그이딱지 뺏어 먹다가 씨게 맞었어"
우리 집에 이제는 '가이'가 한 마리 있다. 성격이 얼마나 좋은지 까치랑도 밥을 나눠먹고, '구이'한테도 밥을 나눠준다. 유일하게 짜증 내는 것은 다른 가이다. 다른 가이가 이쁨 받는 걸 보면 낑낑끙끙 난리도 아니다. 구염받는 질투쟁이다.
구이는 성격이 새초롬하다. 사람 손을 잘 타지 않어서 밥 주는 엄마는 서운해 하지만 부엌에서 달그락 소리만 나면 창가로 달려오는 것을 보면 사람을 영 싫어하는 것도 아닌 듯 보인다. 영역 동물이라 그런지 동네에서 가끔 쌈박질을 하는데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집 주변은 앵간히 잘 지킨다.
'그이'는 그이장을 담글 때 쓴다. 그이장 먹고 남은 간장물과 김장하면서 나온 배추 찌끄리를 이용하여 만드는 게 갯국지이다. 지금은 갯국지가 왜 갯국지인지, 어떻게 만들어먹는지도 까먹었는지 그냥 묵은지 해물탕이 되어 버렸다. 지역 음식이 유명해지니까 가격을 올리려고 그 본연의 모습을 잃게 한다면 사 먹으러 가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도 된다.
가이는 멍멍 개, 구이는 야옹야옹 고양이, 그이는 집게집게 게다.
"가이가 구이 밥그릇에 있는 그이딱지 뺏어 먹다가 씨게 맞었어."는
"개가 고양이 밥그릇에 있는 게딱지 뺏어 먹다가 세게 맞았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개가 가이라서 쓸 수 있는 언어유희도 있다. 차를 타고 가거나 운전하는 중에 앞에서 차가 얼쩡거리거나 제 속도를 못 낼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가, 이놈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어서 가라, 이놈아' 정도로 들리지만 다른 뜻도 살짝 들어 있다는 건 아는 사람만 알 테지. 뭐, 듣는 사람이 못 알아들으니 말하는 사람만 속 시원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