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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싶었던 시절, 날아가고 싶은 지금

창원에서 공주까지, 그리고 언젠가 하늘로

by 이해하나

일이 서툴고 하루하루가 버겁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나는 그냥 달리고 싶었다.
어디에 도착할지, 무엇을 얻을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그 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미라쥬 650을 중고로 샀다.
당시 내가 가진 돈으로 바로 살 수 있었던 오토바이였다.


달릴 때마다 잠깐이라도 마음이 풀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창원에서 고향 공주까지 오토바이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만 묵혀두다 여름휴가 첫날, 결국 시도했다.
하지만 고령 부근에서 오토바이가 멈춰 섰다.
별수 없이 17만 원을 주고 트럭에 실어 다시 창원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 해 여름은 그렇게 지나갔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친구 결혼식이 있었다.
금요일에 월차를 내고, 결혼식에 입을 양복을 챙겨 들고, 오토바이에 올랐다.
이번에는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날은 마침내 공주까지 도착했다.
도착한 순간 떠올랐던 말은 단 하나였다.
“왔다.”
그 짧은 말이 오래 남았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났다.
이제는 오토바이가 아니라, 경비행기로 창원에서 공주까지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미라쥬를 샀던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현실의 벽이 있다.
자격증을 따는 비용, 비행기를 마련하는 비용, 감당해야 할 여러 조건들까지.
쉽게 손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먼저 다른 사람의 비행기에 얹혀서라도 한 번 날아가 볼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그 길이 어떤 모습일지, 그 느낌부터 경험해 볼까.


아직 시작은 못 했지만, 마음 어딘가에는 여전히 그 길을 향한 의지가 남아 있다.
예전의 나는 결국 달렸고 공주까지 갔다.
그 기억 때문에 인지, 언젠가는 하늘에서 그 길을 내려다보는 날이 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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