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함수와 근비대

J커브의 폭발력

by 박보라


[일차함수의 망상]


사람들이 포기하는 시점은 언제일까? 시작 단계에선 다들 뜨겁다. 어느 정도 열심히 했는데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중간 단계, 그 지루한 단계가 오면 이제 나가떨어진다. 헬스장에 처음 등록한 사람을 떠올려보자. 첫 달엔 정말 열심히 운동한다. 프로틴을 사고, 닭가슴살을 씹고, 매일 거울을 본다. 그의 머릿속엔 일차함수(y=ax+b) 그래프가 그려져 있다.


“내가 10만큼 노력했으니, 몸도 10만큼 좋아져야 해.”

“내가 영어 단어를 100개 외웠으니, 점수도 10점 올라야 해.”


이것은 노동자의 사고방식이다. 일한 만큼, 즉시 보수를 받는 정직한 비례 관계. 우리는 평생 이런 선형적인 보상 체계에 길들여져 왔다. 하지만 한 달 뒤, 거울 속의 몸은 그대로고. 체중계 눈금도 변화가 없다. 영어 점수도 제자리걸음일거고. 이때 절망이 찾아온다.


“아, 나는 안 되는구나.”

“이 방법은 틀렸어.”


그렇게 헬스장을 떠나고, 책을 덮는다. 그는 틀렸다. 노력을 안 해서가 아니다. 자연의 법칙, 성장의 법칙이 일차함수(직선)가 아니라 지수함수(곡선)라는 사실을 그는 몰랐다.


[지수함수(y=ax) : 성장은 폭발이다]


자연계의 성장, 생물학적 변화, 그리고 자산의 증식은 결코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들은 대체로 지수함수(y=a^x)의 궤적을 따른다. x축을 시간,노력이라 하고, y축을 성과라 하자. 지수함수 그래프, 특히 밑(a)이 1보다 큰 그래프(y=2^x 등)의 모양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초반부(x가 작을 때)는 처참하다. 그래프는 바닥에 딱 붙어서 기어간다. x에 1을 넣어도 2, 2를 넣어도 4, 3을 넣어도 8. 증가는 하지만 미미하다. 옆에서 일차함수(y=10x)로 사는 사람이 ‘나는 1 넣으면 10인데 너는 왜 그 모양이니’, 라고 비웃는다.


하지만 x를 조금씩 키워 나가면 상황은 역전된다. 어느 순간 그래프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특정한 시점을 넘어서는 순간 수직에 가깝게 하늘로 치솟는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J커브(J-Curve).


근육은 일차함수로 크지 않는다. 1년 차까지는 몸의 변화가 거의 없다. 신경계가 적응하고, 자세를 잡고, 기초 근력을 다지느라 에너지를 다 쓰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제자리걸음이다. 하지만 그 지루한 바닥 구간을 견디고 2년, 3년 차가 되어 중량이 올라가고 자극점을 찾는 순간, 몸은 폭발적으로 커진다. 어제 입던 셔츠가 오늘 터질 듯 꽉 끼는 마법은, 그 오랜 잠복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성적은 계단식으로도 오르지 않는다. 지수함수로 오른다. 아무리 해도 3등급, 4등급에서 맴도는 정체기. 이 구간이 바로 지수함수의 초반부, 즉 잠복기다. 이 시기엔 지식의 파편들만 뇌에 쌓이고 있다. 아직 연결되지는 않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x값을 증가)하면, 어느 날 갑자기 파편들이 연결되며 깨달음이 온다. 눈이 트이고, 귀가 뚫린다. 점수는 찔끔 오르지 않는다. 단번에 수직 상승한다.


[밑(a)의 전쟁 : 1.01과 0.99의 차이]


지수함수 y=ax에서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밑(a)이다. 여기서 a는 하루의 성장률이다. 만약 당신이 어제와 똑같이 살았다면 a=1이다.


1^365=1


1년이 지나도 당신은 제자리다. 만약 당신이 어제보다 아주 조금, 딱 1%만 더 노력했다면 a=1.01이다.


1.01^365는 약 37.8


1년 뒤 당신은 약 37배 성장해 있겠지. 복리의 마법은 저축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당신이 어제보다 조금 게을러서 1% 퇴보했다면? a=0.99다.


0.99^365는 약0.03


1년 뒤 당신에게 남은 것은 거의 없다. 0에 수렴한다. 겨우 0.02의 차이(1.01과 0.99)가 시간(x)이라는 지수를 만나면, 결과값은 천지차로 벌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 하루 운동 안 한다고 티가 나겠어?”, “오늘 단어 5개 안 외운다고 뭐가 달라져?”라고 말한다. 맞다. 당장은 티가 안 난다. 그래프 초반부니까.


하지만 그 작은 게으름이 복리로 쌓이면, 훗날 걷잡을 수 없는 격차로 돌아온다. 그때 가서 따라잡으려 해도, 이미 상대방은 수직 상승 구간(J커브)에 진입해 있어 도저히 잡을 수가 없다. 그러니 오늘 하루의 1%를 우습게 보지 말자. 그 1%가 당신의 밑(a)을 결정하고, 그 밑이 당신의 미래를 결정한다.


[죽음의 계곡(Valley of Disappointment)을 건너는 법]


문제는 우리가 이 수학적 진리를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못 견딘다는 점이다. 노력과 결과 사이의 시간차. 나는 죽도록 노력하고 있는데(x 투입), 결과는 바닥을 기고 있는(y 정체) 이 구간. 제임스 클리어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이 구간을 잠재력의 잠복기 혹은 실망의 계곡이라고 불렀다.


이 계곡은 어둡고 깊다. 소리쳐도 메아리가 없다. 주변 사람들은 “그거 해서 뭐 하냐”, “안 되면 포기해라”라며 긁는다. “나는 아무 것도 해내지 못하는 사람인가?”라고 내면의 불안은 속삭인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수학적 믿음이다. 눈앞의 현상을 믿지 말고, 보이지 않는 법칙을 믿어야 한다.


“지금 내 성과가 안 보이는 건, 내가 못해서가 아니다. 단지 내가 지금 지수함수의 평평한 구간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이 99도까지는 끓지 않는다. 하지만 에너지는 사라진 게 아니라 물 분자 속에 축적되고 있다. 1도만 더 올리면 끓는다.”


헬스장에서 가장 몸 좋은 그 사람을 떠올려 보자. 그가 타고난 유전자를 가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역시 벤치프레스 빈 봉을 들고 후들거렸던 시절이 있었고, 아무리 운동해도 근육이 안 크는 것 같아 좌절했던 정체기를 수없이 겪었을 거란 사실이다. 그가 당신과 다른 점은 딱 하나. 변화가 없는 그 지루한 어둠 속에서도, 언젠가 올 J커브의 폭발력을 믿고 묵묵히 쇠를 들었다는 것.


[임계점(Critical Point)은 예고 없이 온다]


지수함수의 무서움이자 매력은, 상승이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점이다. 점진적으로 신호를 주면 좋으련만, 자연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어제까지 캄캄했는데, 오늘 갑자기 해가 뜬다. 어제까지 도저히 이해 안 되던 수학 공식이, 오늘 아침 샤워하다가 갑자기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조립된다. 6개월 동안 꼼짝 않던 체중계 바늘이, 오늘부터 갑자기 뚝뚝 떨어진다. 퀀텀 점프(Quantum Jump)다.


전자가 에너지를 흡수하다가 궤도를 바꿀 때, 서서히 이동하는 게 아니라 순식간에 이동하듯, 인간의 성장도 도약의 형태로 일어난다. 그러니 오늘 당신의 노력이 보상받지 못했다고 슬퍼하지 마라. 당신은 지금 적금을 붓고 있는 것이다. 아직 만기가 오지 않았을 뿐. 중도 해지하지 말자. 지금 포기하면 당신이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땀은 정말로 매몰 비용이 되어 사라진다.

버텨서, J커브를 쏘아 올리기 위한 탄탄한 발사대를 셋팅해보자.


[폭발은 반드시 일어난다]


다시 거울 앞에 서 보자. 그리고 책상 앞에 앉자. 변화 없는 당신의 모습에 실망했는가. 아니, 변화없음에 오히려 감동하자. 지금 가장 중요한 구간, 성장의 에너지가 가장 고밀도로 응축되고 있는 구간을 지나고 있으니까. 수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a>1이라면, 그리고 x가 멈추지 않는다면, y는 반드시 무한대()로 발산한다.

희망 사항이 아니라 수학적 증명이다. 의심하지 말고 밀어붙여라. 그래프는 이미 고개를 들 준비를 하고 있다. 곧, 폭발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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