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

운을 이기는 압도적 시행

by 박보라


[주사위를 한 번만 던지는 사람들의 비극]


"선생님, 이번 시험은 운이 없었어요. 제가 안 본 데서만 나왔거든요."

"이번 주는 바빠서 운동을 못 갔어요. 다음 주부터 열심히 할게요."


실패하는 사람들의 레퍼토리는 언제나 화려하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변수를 핑계로 가져온다. 날씨가 안 좋아서, 컨디션이 별로라서, 선생님과 스타일이 안 맞아서. 그들은 자신의 실패가 외부의 불운때문이라 믿는다. 하지만 운동하는 학습인의 눈으로 볼 때, 그들이 실패한 진짜 이유는 운이 나빠서가 아니다. 시행 횟수(n)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확률론에는 큰 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이라는 절대 진리가 있다. 어떤 사건을 몇 번 시행하지 않았을 때(n이 작을 때)는 결과가 들쑥날쑥하다. 운이 크게 작용한다. 동전을 두 번 던지면면앞면이 두 번 나올 수 있다(행운). 반대로 뒷면만 두 번 나올 수도 있고(불운).


하지만 시행 횟수를 무한히 늘리면(n)? 경험적 확률은 반드시 수학적 본질(50%)에 수렴한다. 운이라는 노이즈가 0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한두 번 해서 안 됐다고 징징대는 건, 동전 한 번 던지고 뒷면 나왔다고 우는 꼴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운을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압도적인 횟수(n)로 운을 지워버린다.


[거울과 체중계의 거짓말 : 노이즈(Noise)에 속지 마라]


헬스장에서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일희일비. 어떤 날은 운동이 기가 막히게 잘된다. 100kg이 가볍고 펌핑도 잘 된다. 그러면 기분이 붕 떠서 "나 선수인가" 하고 착각한다. 반대로 어떤 날은 몸이 천근만근이다. 어제 먹은 라면 때문에 얼굴은 부었고, 평소 들던 무게도 들리지 않는다. 체중계에 올라가니 2kg이 늘었다. 그러면 바로 좌절한다. "아, 망했다. 나는 안 되나 봐." 그리고 운동을 며칠 쉬어버린다.


이것이 바로 작은 수(n=1)의 함정이다. 오늘 하루의 컨디션, 오늘 아침의 체중. 이것은 당신의 진짜 실력이 아니다. 수분량이나 수면 시간, 어제의 스트레스 같은 수많은 변수에 의해 튀어 오른 통계적 노이즈일 뿐.


주식을 볼 때 분봉(1분 단위 그래프)만 보고 있으면 정신병에 걸린다. 빨간불 파란불이 미친 듯이 깜빡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봉이나 연봉(1년 단위 그래프)을 보면, 그 자잘한 파동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오직 우상향 하는 거대한 추세선만 보인다.


내 몸도 마찬가지. 오늘 운동이 망했다고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신기록을 세웠다고 자만할 필요도 없고. 오늘의 데이터는 그저 1/365일 뿐이다. 1년 365일, 10년 3,650일의 데이터가 모였을 때, 그제야 비로소 의미 있는 대푯값이 나온다. 몸 좋은 사람들은 그날그날의 컨디션을 무시하고, 묵묵히 헬스장에 출석한(n을 늘려온) 사람들이다.


[변명을 상수로 만들지 마라]


사람들이 목표를 세우고 실패하는 이유는 인생의 변수값(x)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공부하러 독서실에 갔는데 옆 사람 소음이 심하다. (변수 발생)

→ "오늘은 집중 안 되니까 그냥 가자." (n 감소)

학원에 갔는데 강사의 강의력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변수 발생)

→ "이 수업은 들으나 마나야." (n 감소)


이건 패배자의 공식이다. 그들은 외부 환경이 완벽하게 세팅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로또 당첨을 바라는 것과 같다. 큰 수의 법칙을 믿는 사람은 태도가 다르다. 옆 사람이 시끄러우면 귀마개를 한다. 강사가 별로라면 교재라도 씹어 먹겠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지킨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헬스장에 간다.

"상황이 안 좋아서 못 했어요."


이 말은 수학적으로 틀렸다. 상황이 안 좋았지만 시행 횟수를 늘려서 확률을 맞췄다,가 정답이다. 타자가 3할을 치고 싶다면 타석에 많이 들어서야 한다. 10번 들어서면 운 나쁘게 10번 다 아웃될 수도 있다. 하지만 1,000번 들어서면? 실력이 3할인 타자는 귀신같이 안타 300개를 쳐낸다. 초반의 불운, 컨디션 난조, 심판의 오심 같은 노이즈는 1,000번의 시행 속에 녹아 없어진다.


[압도적인 n이 재능을 이긴다]


당신이 재능이 없다고 느껴지는가? 남들은 한 번 들으면 아는 걸 나는 열 번 봐야 아는가? 인정해라. 당신의 확률(p)은 낮을 수 있다. 그건 타고난 유전자이자 상수다. 확률 p가 낮다면, 방법은 하나다. n을 압도적으로 늘리면 된다. 남들이 10번 할 때 100번을 하면 된다.


남들이 "선생님이 별로라서", "시간이 없어서"라며 시행 횟수를 줄일 때, 당신은 대타를 고용해서라도 n을 채워 넣으면 된다. 그러면 결국 기댓값은 똑같아진다. 아니, 시행착오를 통해 확률(p) 자체도 조금씩 올라갈 거다. 결국에는 재능만 믿고 n을 게을리한 토끼를 앞지르게 된다.


이것이 재능 없는 우리가 불공평한 세상과 맞짱 뜰 수 있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이과적 전략이다. 나는 내 몸이 특별히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타고난 골격도 평범하다. 하지만 나는 자부한다. 나는 지난 2년 간 단 한 주도 내 약속된 n을 어기지 않았다. 아프면 아픈 대로, 바쁘면 바쁜 대로, 헬스장이 문을 닫으면 다른 헬스장에 가서라도 덤벨을 들었다.


요행은 없다. 오직 쌓인 숫자만이 진실을 말한다.


[운을 기다리지 말고, 통계를 만들어라]


지금 당장은 억울할 수 있다. 나보다 덜 노력한 놈이 운 좋게 앞서 나가는 꼴을 보면. 하지만 쫄지 마라. 길게 보라. n이 작을 때는 운이 왕이지만, n이 커지면 통계가 왕이다. 일희일비하지 말자. 오늘 운동이 좀 잘 안됐어도, 오늘 공부가 좀 안 풀렸어도, 헬스장에 출석했고 책상에 앉았다면 나쁘지 않다. 당신의 데이터에 소중한 +1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운을 기다리는 도박사가 아니다. 매일매일 꾸역꾸역 숫자를 채워 넣어, 기어이 필승의 통계를 만들어내는 통계인이다. 계속 던지고, 들어보자. 큰 수의 법칙은 절대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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