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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Nov 02. 2021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

우리는 모두 깐 부아닙니까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가 굉장히 흥행을 했었다. 작품이 흥행을 하면 항상 따라오는 것은 '명장면', '명대사'이지 싶다. 그리고 분위기를 보니 위 작품의 최고의 명대사는 '우린 깐부잖아.'인 것 같다. 대충 '전우'급의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뜻하는 단어인 듯싶다. 그리고 그 단어가 굉장한 집단적 유대감을 만드는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도 그 '깐부'가 필요하다. 

 

 간호사로 일하다 보면 한 번쯤은 '간 적간'이라는 단어를 들어볼 수 있다. '간호사의 적은 간호사'라는 말의 줄임인데, 3교대 근무에 인수인계가 특징인 직업이다 보니 이런 말이 생겨난 듯하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도 비극적인 단어가 아닐 수 없다. 힘들수록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줘야 하는 집단에서 서로를 적으로 만들고 있고, 그런 말이 외부 유입도 아닌 본 집단에서 만들어져 자조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나 싶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집단적 해리 현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 바닥은 답이 없어 보이니 떠나야 해.'라고 말한다. 직업 특성상 업무의 강도가 받는 급여에 비해 너무나도 높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나는 우리 직업의 연대감이 지금보다 더 강했다면 훨씬 더 덜했으리라고 본다. 


 간호사와 간호사 사이의 간격을 멀리하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일까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해보았는데, 역시 내가 하던 일을 다음번의 간호사가 이어간다는 부분인 듯싶었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도 서로의 라포가 적절하게 형성되어 있다면 그렇게 큰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다. 라포가 있으니 내 일을 다음번에게 넘겨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라포가 있으니 '많이 바빴겠구나.', '이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지.'등의 작은 생각이 들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인계를 주는 사람 또한 더욱이 '내가 다 마무리하고 가야지.'라고 더 주체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장을 둘러보면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간호사가 일을 하기에 너무나도 어렵게 되어 있는 시스템의 지분이 훨씬 더 크고, 그 안에서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그저 내부 요인을 탓하는 사람들이 넘처난다는 것이 다음으로 크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싶었다.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한 번쯤은 경찰관, 소방관 달력에 대해 들어보게 되었었다. 기부금 마련을 목적으로 만든 판매용 달력인데,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각자 청에서 지원을 받고 보디빌딩 대회를 개최해서 달력모델을 따로 선발해서 제작할 정도로 판이 굉장히 커진 사업이다. 자연스럽게 대중들에게도 긍정적인 어필이 되었고, 동종 직업 간에서의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역시나 그들의 연대감 향상이라는 부분에서 가장 큰 고양감을 느꼈다. 그리고 우리도 못할 거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간호사 달력을 제작하게 되었다. 


 11월 중순 경부터 간호사 달력은 판매될 예정이다. 얼마나 홍보가 될지 찍은 만큼 전부 다 판매할 수 있을지는 절대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번 달력에 참여한 사람들끼리는 측정 불가할 정도의 유대감, 연대감, 신뢰가 생겼다고 본다. 깐부가 된 것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 이 프로젝트가 널리 퍼져 전국적으로 간호사 간의 문화로 자리 잡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도 언젠가는 '간 적간'이라는 단어가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되는 날을 맞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간호사 달력은 오로지 '기부금 마련'이라는 취지로 제작되었으며 기부금은 코로나 관련 업체들에 기부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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