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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Oct 29. 2021

우리는 모두 환자입니다.

마음의 감기

 응급실에서 일하는 간호사라고 말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야간에 진상 환자 많이 오죠?', '응급실에 있다 보면 폭력사태도 많이 일어나나요?' 등의 개인적인 궁금증을 물어보곤 한다. 둘 다 맞는 말이긴 하다만, 사실 후자의 경우에는 그렇게 흔하진 않다. 보통 그런 경우는 환자 자체가 다른 것 보다 '마음의 감기'로 찾아오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는 응급실의 경우에는 정신과 환자가 하루에 10명 내외로 오는 정도인데, 정신과 환자를 위한 방이 따로 마련이 되어있다. 물론 지금의 경우에는 열이 나는 정신과 환자의 경우 감염관리를 위해 그 방을 사용을 못하고 있긴 하지만, 대게는 그 방으로 직행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직행하는 정신과 환자의 경우엔 대부분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문을 두드리곤 한다. 내보내 달라거나 입원을 하지 않겠다는 등의 내용으로 소리를 지르며 같은 구역에서 대기하는 다른 환자, 보호자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곤 한다. 그리고 그날도 여지없이 비슷한 날이었다. 


 아버지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20대 젊은 남성이었는데, 기저 질환으로 이미 조현병 병력이 있는 환자였다.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보호자는 삼촌이었는데, 삼촌의 외관을 보니 환자와 나름 라포를 쌓기에 용이해 보였다. 물론 그 삼촌이라는 보호자도 환자 앞에서와 우리 앞에서의 태도는 달랐다. 그런 걸 보면 환자와 대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했다. 아버지는 지속적인 폭행에 겁이 질려 환자 옆에 있지 못하였고 실제로도 환자 옆에 다가가면 환자는 소리를 지르며 위협하곤 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정신과 당직의가 마취, 수면 효과가 있는 약을 처방을 하는데, 약의 투약 형태는 보통 정맥주사 1개와 근육주사 1개이다. 문제는 이 근육주사가 굉장히 뻐근해서 투약을 할 때마다 사람들이 놀라곤 한다. 그리고 이 환자에게 투약을 하러 가는 경우에도 꽤나 문제가 있던 터였다. 


 '왜 맞아야 하는데요? 당신들 또 나 재우고서 강제 입원시키려는 거잖아! 나 안 맞을 거야!' 항상 있는 패턴이긴 하지만 폭력성의 정도에 따라 정신과 환자는 취해야 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기에 '강제 입원이 아닙니다.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답을 하였다. 환자는 '사지 멀쩡하게 다 걷고 하는데 무슨 치료가 필요해서 그러는데요!'라고 반문하였고 난 '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거니까요.'라고 대답했다. 솔직하게 정말 난 진심으로 당신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표현을 하고 싶어 저렇게 대답한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이 말이 환자의 마음에 닿았나 보다. 환자는 바로 수긍하며 만족해하는 답변을 얻었다는 듯이 투약에 동의하였고 입원을 진행하게 되었다. 


 응급실에는 정신과 환자 외에 흔히 진상 환자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진료지연 및 금식 등등으로 인한 불만을 표출하는 환자들인데, 이 일이 있고 나서는 나한테서 진상 환자 중 정신과 환자는 제외되었다. 그들은 다들 사연이 있으니까. 정신병은 마음에 걸리는 감기 같은 것이라고 하였다. 실제로 해외의 경우엔 정신과에 굉장히 많은 일반인들이 찾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전혀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는 문화라고 하니,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많은 수요층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잠재적인, 주기적인 마음의 병을 얻지만 주변의 인식으로 인해 표출하지 못하고 잇는 것은 아닐까? 그들이 응급실이라는 곳에 환자로 왔기에 이곳에서만큼은 편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우리는 모두 환자일 수 있다. 



사진 출처 : https://ko.wikipedia.org/wiki/%EC%9A%B0%EC%9A%B8%EC%A6%9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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