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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Feb 0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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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의 속도·고도·온도 등을 조절하는) 설정[세팅]

 인간의 몸은 기계와도 같다. 스스로 생각하고 오감을 통해 인지하며 움직일 수 있는 기계. 아니, 실제로는 기계보다 훨씬 더 예민하고 민감한 부분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할 수 있다. 온몸의 장기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문제가 생기면 독립적으로 해결되기보단 다른 부분에 연쇄적인 문제를 일으키기 일수다. 그리고 그 문제들이 알약 수준의 약물로 해결되지 않으면, 기계를 정비소에 맡기듯이 사람도 병원을 찾게 된다. 기계 수준에서 최후의 방법이 새로운 기계로 교환 및 재구매하는 것이라면 사람 수준에서 가장 최후의 보루는 오히려 기계에 의존하여 회복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표적으로는 인공호흡기, ventilator가 있다. 


 대게 심폐소생술 소생 환자 혹은 급성으로 안 좋아져 자가 호흡기능을 상실한 환자에게 적용되는 인공호흡기에는 여러 가지 세팅 항목들이 존재한다. 자가 호흡을 못하게 되었다고 하여 무조건 호흡을 빠르게 하는 것이 무조건 많은 양의 산소를 불어넣는 것이 반드시 환자에게 득이 되는 치료는 아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모드 및 세팅값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각 환자가 가지고 있는 기저 질환과 현재의 상태 그리고 병원을 찾게끔 한 근본적인 원인에 초점을 맞춰 세팅값을 달리한다. 우리 간호사들은 그 세팅값에 따른 환자의 현재 상태 값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의사들은 그 기록들의 추이를 통해 환자의 상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가늠하게 된다. 만약 우리 개개인에게도 이런 세팅값들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인간의 몸은 아주 예민한 기계와도 같다고 하였다. 가장 근접한 예시로는 컴퓨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컴퓨터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존재한다. 인간의 몸에 대입하자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 성분들, 무기질 부터해서 뼈와 각종 장기까지를 하드웨어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있어 소프트웨어란 무엇일까? 바로 mind = 정신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우린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및 다운그레이드 할 수 있다. 


 기계로서는 매우 간단한 일이다. 그저 지속적으로 출시되는 최신 부품으로 교체해주면 되고 소프트웨어 역시 새로 나오는 파일들로 업데이트해주면 그만이다. 인간의 몸도 운동 혹은 영양섭취를 통해서 하드웨어 정도는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우리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도 까다로운 부분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소프트웨어가 따라가지 못할 경우 하드웨어까지 다운그레이드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어려운 우리의 소프트웨어, 마인드의 세팅값을 우리는 적절히 조절하게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객관화'이다. 


 세팅값은 수치이다. 수치라는 것은 가장 '객관화'된 정보 중 하나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우리의 마인드를 '객관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겠지만 세팅값을 조절하여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 마인드를 객관화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범주화를 사용한다. 범주화의 방법은 비교적 간단한데, 최근 1달 내로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나열하는 것이다. 감정들의 종류를 범주화 한 뒤에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된 데에 기여한 일들을 최대한 많이 나열한다. 그리고 그 일들에 대한 일련의 이야기를 찾는다. 가령 내가 1달 내에 '무료함'이라는 감정을 가장 많이 느꼈고 거기에 기여한 일들에 '반복되는 일상', '수면 부족', '직장 생활의 적응', '새로운 이벤트의 부재', '너무 많은 목표 계획'이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일들의 공통점으로는 '반복된 일상 속에서의 많은 목표로 인한 번아웃'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정리를 통해 나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다. 그리고 얻은 정보들을 통해 나의 마인드를 재 세팅한다. 


 지금 당장 수정이 불가능한 나의 일상을 인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고, 많은 목표들 중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들을 과감하게 리스트에서 지워버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혹은 새로운 이벤트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기보다 나서서 직접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마인드 세팅을 하게 되고 여기서 나는 '휴식=종료 및 재부팅' 및 '동기부여=기능 업데이트' 등을 얻을 수 있다. 


 운동을 오래 한 사람들은 반복되는 운동 루틴을 바꾸기 위해 부단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루틴을 계획한다. 그리고 그런 실험을 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이 '주기화'이다. 일정 기간 동안 같은 루틴의 운동을 시행 한 뒤에 내가 얼마큼 성장한 지를 확인하고 다시 루틴을 수정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 마인드에도 똑같은 '주기화 세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정이 지나고 올해도 벌써 두 달이나 지나가고 있는 무렵, 올해의 제대로 된 출발을 시작하기 전 스스로를 재부팅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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