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늘이
나그네의 몸을 무표정으로 파고든다
그늘 품이 넓어 나그네를 조용히 감싼다
날 선 생각들 잠긴다
마음속 응어리들을 꿰뚫는다
사람들이 아무리 큰 응어리를 두고 가도
나무 그늘은 응어리를 두텁게 쌓지 않는다
붉은 열매도 화려한 색상의 꽃들이 피워도
빛남을 위한 검은색의 가치를 잃지 않는다
곳곳의 전망을 담았던 사람들의 수려한 눈빛과
수 백 가지의 표정을 품는다
고독한 사람들이 흘린 눈물도
외로운 사람들이 내쉰 한숨도
힘든 사람들이 헉헉대던 가쁜 숨도
모두 흡수하여 평등하게 드리운다
햇살 조망권은 족쇄가 있으나
그늘 누리권은 자유롭다
누군가가 쉬고 갔던 넉넉한 연대에
아픈 멍울 훌훌 털고 일어선다
그늘은 짓밟힌 멍울에 상처가 나지 않는다
나무 그늘의 푸른 노래는
나그네의 등을 떠밀어서
그리운 집으로 돌려보낸다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하지? 마음 속에
찬란한 말 드리워 준다
(사진 : pixab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