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지를 왜 못 뜯니?
남편과 나는 주말에 닭볶음탕을 해 먹기로 했고, 나는 얼마 전에 사놓은 당면 생각이 났다. 당면은 아직 포장지를 뜯지 않아서 나는 잠시 포장지를 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잘 뜯었다고 소문까지는 아니더라도 욕이라도 안 먹을까?'
사실 내가 잘 못하는 것에 대해 나는 크게 고민을 하지 않는 편이었고, 이번에도 나는 맨 윗부분을 잘 뜯으면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하며 깔끔하게 문제를 해결해 줄 해결사 같은 가위의 도움을 뒤로하고 태곳적부터 오랜 벗과 같이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 줬을 두 손을 이용해서 포장지를 뜯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포장지에는 친절하게도 뜯는 선이라는 것이 있었지만, 내 경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잘려나간 포장지 윗부분은 삐뚤빼뚤 고르지 못했고, 이것을 본 남편이 결국 못 참고 한 마디 했다.
''아니, 그게 포장지 하나 제대로 못 뜯나?"
''나 엄청 노력한 건데.''
''아니 가위는 뒀다 뭐 하고 그걸 손으로 한다고 해서는 그걸 그 지경을 만들어놓나?''
''이게 어때서? 나 이래 봬도 집게로 집을 부분을 남겨놓고 포장지를 뜯은 건데?''
''당신을 어쩌면 좋니? 좀 예쁘게 좀 뜯지.''
''참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해, 그렇지? 이 정도면 됐지 뭘 더 바라는 거지?''
''나 참...''
''알았어. 다음부터는 당신이 직접 하거나 내가 뭘 하는지 일일이 관찰하다가 도움이 필요할 것 같으면 나서서 도와주던지 해.''
''뭐?''
''내가 뭘 하는지 신경 안 쓴 건 당신 잘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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