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면허도 없는데?
남편과 내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가는 길에 신호를 대기하면 정차를 하고 있었다. 우리 앞에는 승용차 한 대가 우회전을 할 계획이라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오른쪽으로 차체를 돌려놓고 있었다. 이것을 본 남편이 말했다.
''아니, 클랙슨을 눌러서 앞차가 앞으로 조금만 더 가도록 하면 바로 우회전할 수 있을 텐데.''
''아, 그래?''
''그래, 앞 차가 조금만 앞으로 가면 바로 우회전 가능한 거 보이잖아.''
''글쎼.''
''그게 안 보여?''
''보여야 하나? ''
''응. ''
''난 그냥 우리 앞차도 직진을 할 건데 그냥 엉거주춤하게 차를 정차한 걸로 이해했거든.''
''헐. 저걸 보고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응. 그냥 저렇게 주차했는데, 차체를 정면을 향하게 돌릴 타이밍을 놓친 건 아닐까 싶었거든.''
''내가 말을 말자.''
''그래도 저 사람은 나보다 훨씬 훌륭하네. 저 사람은 그래도 면허가 있잖아.''
''아... 그게 또 그렇게 되나?''
''응. 면허를 따기 위해 필기시험공부를 했을 거고, 실기를 통과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을 거 아니야? 어쩌면 면허를 따고도 차 여러 대를 긁고 수리비를 물어줬을지도 모르지. 갑자기 전에 다니던 회사 대표님이 하던 말이 생각나네.''
''뭔데?''
''면허 안 따도 된다고. 미래에 자율주행 차를 사거나 운전기사를 두면 될 거 아니냐고.''
''일리는 있네.''
''그런데, 자율주행차는 출시되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거고, 운전기사를 두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데, 그것도 지금 상황에서는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는 거 같아서.''
''그것도 말 되네.''
''그땐 그냥 웃고 말았는데, 어쩌면 대표님은 지하철 출구도 헷갈리는 내가 운전을 안 하는 편이 사회에 도움이 될 거란 걸 아주 많이 돌려서 얘기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
''시도를 하기도 전에 동네에 있는 차 다 긁으면 어쩌지?''
''그냥 운전하지 마. 면허도 따지 말고.''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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