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가로막는 "Belief Triggers"
선선한 기운이 감돈다. 길고 긴 여름이 지나 이제 가을이 찾아왔다. 올 해도 이제 석 달 남짓 남은 시점이라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올 초에 계획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많은 일들이 아늑하게 여전히 저만치에 있다. 이쯤 하여 도돌이표 질문.. "과연 계획과 행동 간의 간극이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의 간극이 참 멀고 험하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지행일치".. 아는 것을 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얼마 전 수업주제 중에 "긍정적인 행동변화"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자신이 행동변화를 만들기가 어려운 이유를 알고 변화를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리더십 과목이라서 리더의 행동변화 방법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행동변화 한 개씩 목표로 세웠다. 예를 들어 벌크업(근육 키우기), 다이어트, 취업준비, 외국어 공부, 자격증 취득, 규칙적인 수면 등.. 다양한 목표가 있었다. 그러고는 그 목표를 이루는데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환경이 우리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아야 긍정적인 행동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변화를 만들고자 할 때 자신의 내면에서 동시에 브레이크 작용을 하는 잘못된 "믿음의 트리거"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이것을 "Belief Triggers"라고 부르겠다). 예를 들어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괜찮아",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니 행동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거야"와 같은 방식의 막연한 믿음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생각들이 우리가 긍정적인 습관이나 행동을 만드는데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한다. 어떤 빌리프 트리거(Belief Triggers)가 있을까?
“내가 이해한다면,
나는 바뀔 거야”
이해하기와 실행하기는 엄연히 차원이 다른 문제다. 다만 그런 믿음이 우리에게 혼동을 주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시중에 있는 많은 자기 계발서들을 참 많이도 읽어왔던 나다. 보약처럼 어딘가에 도움은 되었을 것 같지만 역시 막연하다. 읽으면서 익숙한 내용이 있으면 그냥 넘겨 버리고 이내 새로운 내용이 뭔가 열심히 찾아본다. 마치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적용하고 있는 것처럼... 이것이 자기 계발서에 대해 갖고 있는 나의 그릇된 태도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읽은 것 중에서..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익숙한 내용 중에서... 내가 직접 해보지 않았던 일들이 대 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자기 계발 세미나나 사내 워크숍 현장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진다. 세미나 과정 종료 시점에서 많은 참석자들이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액션플랜을 수립하지만, 정작 1년이 지난 후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왜일까?
“이해하기”와 “실행하기”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안다는 사실이 실제 행한다고 착각을 한다. 이러한 잘못된 믿음이 행동변화를 가로막는다. 책을 읽었으면 현실에 뭐라도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반성한다.
“나는 의지에 강해서
유혹에 굴복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의지력과 자기 조절을 맹신하고, 그것이 부족한 사람들을 비웃는다. 의지력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강하고 영웅적인 수식어를 붙여주면서도, 도움이나 체계가 필요한 이들은 나약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대의 과학으로 우리의 의지력을 정확하게 측정하지도 예측하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고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영웅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 후 귀향하는 길에서 수많은 난관과 시험에 직면하게 된다. 한 번은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해 해안의 암석에 충돌하게끔 하는 세이렌이 있는 지역을 통과해야 했다. 세이렌의 노래는 듣고자 했던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의 귀에 밀랍으로 막고 자신은 몸을 배의 돛대에 붙들어 매어 세이렌의 노래를 들어도 무사하게끔 만들었다. 그는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는 것이 자신의 의지력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유혹에 굴하지 않을 정도로 의지가 강해" 이러한 자기 맹신이 행동변화를 가로막는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깐..”
이것이 가장 편안하고 타협하기 쉬운 변명 중 하나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된 행동에 대해 변명하고 싶을 때 우리는 늘 “오늘은 특별한 날" 이니까 하고 말한다. 오늘이 내 생일이기 때문에.. 결혼기념일이기 때문에.. 시험이 끝났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이니까.. 축구 A매치 경기가 있는 날 이니깐.. 우리는 자주 충동이나 유혹과 타협해도 된다면 자기 합리화를 한다. 내일부터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서 평상시의 올바른 자아를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자신이 바뀌기 원한다면 달력에 적힌 날짜 중에서 그 어떤 날도 평상시와는 다른 특별한 날로 맘대로 변경하지 말아야 한다. 순간의 유혹을 특별한 이벤트로 둔갑시킨다면 일관성을 잃고 더 큰 일관성이 결여되어 결국 제멋대로 해석하는 일탈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런 태도는 변화에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 성공적인 변화는 결코 하룻밤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늘 상기해야 한다.
“내 변화는 영구적일 거야”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날씬해진 몸을 유지하려면 꾸준한 관리 없이 그 수준에 머무를 수 없다. 동화책의 결말은 늘 "그래서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이다. 그래서 비현실적인 일이 일상에서 생기면 "동화 같다"라고 얘기한다. 목표를 세우고 난 뒤 그 목표를 달성하면 행복해지리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진다. 성취한 후 퇴보란 없을 것이라고.. 이런 믿음이 영속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불러온다.
"Leadership is contact sports"(2016. Marshall goldsmith)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전 세계 8만 6,000명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계속 관리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일어난 긍정적 변화는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연구다. 말하자면 다이어트와 다이어트로 날씬해진 몸을 유지하는 일 사이의 차이와도 같다. 목표 수준에 이르렀더라도 꾸준한 관리 없이는 그 수준에 계속 머무를 수 없다. 몸무게를 유지하려면 계속 운동하러 가야만 하는 것이다.
“난 내 행동을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지혜는 갖고 있어”
솔직하게 우리는 스스로를 평가하는 데 있어 놀라우리만치 부정확하다. 연구에 따르면 8만 명 이상의 전문가에게 스스로의 성과를 평가해 달라고 요청하자 70%는 스스로가 동료 그룹에서 상위 10% 이내에 든다고 응답했고 82%는 상위 10퍼센트 이내라고 믿고 있었으며, 98.5%가 자신을 적어도 중간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성공은 스스로의 공으로 돌리고, 실패는 타인이나 상황 탓을 하는 게 우리의 성향이다. 이런 믿음은 객관성을 결여를 촉발시킨다. 이 믿음은 또한 다른 사람들을 끊임없이 그 자신을 과대포장하고 오직 나의 스스로에 대한 판단만이 공정하고 정확하다는 확신에 빠지게 한다. 그러니 그런 눈으로 자신을 볼 때 얼마나 객관적일 수 있을까?
"차이에 대한 생각"
과연 목적이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차이(Positive difference)를 만드는 쪽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일을 하더라도 전 보다 나은 방법이나 결과를 추구하면 될 일이다. 삶을 놓고 보더라도 작년보다 더 나은 올해를 만들면 될 일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로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면 될 일이다. 자신에게 엄격해야만 보이는 관점이다.
이 모든 것들은 결코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행동할 때 만들어 낼 수 있는 차이다. 내 안의 그릇된 Belief Triggers(믿음의 트리거)를 잘 이해하는 것은 실행을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