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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Jul 22. 2023

식집사 삼 년이면 취향이 생긴다

식집사 된 지 3년째 여전히 식물 사랑은 현재진행형


2020년 파리지옥을 시작으로 식집사의 길로 들어선 지 올해로 3년째가 되어가는 중이다. 파리지옥에 빠졌다가 개미지옥 같은 식물지옥에 빠져들어버렸다. 요즘은 엄마랑 같이 식물마켓도 같이 다니는 중인데 이젠 엄마가 나보다 식물을 자주 보고 내게 일침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뿐만 아니라 엄마까지도 식며 든 것은 명백한 사실이 되었고 나는 우리 집의 식물들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에 새삼 놀랄 뿐이다.


결코 식물들을 기르기 적합하지 않았던 베란다 환경 탓에 여름과 겨울에 혹독한 가드닝을 했고 그에 따른 안타까운 이별들을 경험하며 나름대로 엄마와 나는 차곡차곡 베란다와 우리 집 실내 환경에 대한 정보를 습득해 갔다. 여름엔 베란다가 너무나 더우며 습하고 겨울엔 너무나 춥고 건조하며 실내는 그럭저럭 온도는 괜찮지만 평소에 건조한 편이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에 따라 엄마와 나는 극적인 타협으로 실내 가습기 대형과 서큘레이터를 장만했고 식물등도 추가로 구입하여 날이 흐린 때에 대비하여 부족한 햇빛도 보충할 수 있도록 했다. 저층이라 햇빛이 충분치 않기에 장만했는데 요즘 장마철이라 그 노릇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그렇게 여러 시행착오 끝에 엄마와 나는 우리 집에서 제일 적응을 잘하면서 더불어, 모녀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공통된 식물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모순적이게도 애완동물과 키우면 치명적인 종류들 뿐이었지만 우리 집 이쁜이는 다행히 얌전하고 한 번도 식물들을 물어뜯은 적이 없는 착한 강아지였기 때문에 나의 취미 생활이 평화롭게 유지될 수 있었다. (고마워 이쁜아!)


그렇다면 올해로 식집사가 된 지 삼 년째, 어떤 식물들이 나와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1. 알로카시아



벌써 1년이 넘어가는 우리 집 멋쟁이 프라이덱



알로카시아는 우리 집에서 아마 가장 많은 종류를 자랑하고 있을 식물이다. 알로카시아 프라이덱을 시작으로 입문하게 된 알로카시아는 그 특유의 시원시원하게 큰 잎과 각 종류마다 다양한 고유의 질감들이 색다르게 느껴지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 덕분에 멋진 플랜테리어로 많이 쓰이며 우리 집은 플랜테리어를 포기하고 부동산을 내주었다. 종류가 참 많은 탓에 일부러 이 알로카시아 종류만 많이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며 나는 일단 현재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들부터 잘 가꾸는 것이 주 목표이다. 


응애밥이란 별명을 지닐 정도로 응애라는 해충이 알로카시아에 잘 나타나는 편인데 프라이덱의 잎이 커지고 튼튼해지니 응애가 생겨도 끄덕 없이 굳건히 버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잎을 깨끗하게 유지하며 키우기보다 그저 잘 보살펴만 줘도 프라이덱 자신이 알아서 해충과 상관없이 쑥쑥 클 거란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시간이 쌓이면 그렇게 연약한 아이도 아니란 사실!



친구에게 선물 받은 블랙벨벳



알로카시아의 가장 큰 특징은 구근을 만들어낸다는 점인데 분갈이하다가 가끔 작은 이상한 모양의 알맹이가 튀어나올 때 있다. 그것이 구근인데 그 구근들을 잘 수확해 특정 환경을 만들어주면 싹 틔우게 되고 유묘가 되며 그 유묘가 무럭무럭 자라면 성체가 된다. 현재 나의 경우 싹을 틔운 개체들이 제법 많아졌다. 그 아이들이 무사히 성체로 자라날 때까지 나의 관심은 계속될 예정이다. 알로카시아 유묘는 과습에 매우 취약해서 관리하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래도 싹을 틔우는 경험을 하면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구근을 찾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성체의 큰 잎과 대조되는 유묘의 조그마한 잎사귀를 보면 그 상반된 깜찍한 모습에 계속 무한 구근 깨우기 굴레에 빠져버린다. 그렇게 나는 알로카시아 유묘의 잎사귀와 묘하게 비슷한 안스리움에도 입문하게 된다.



자신감으로 키우기 시작한 무늬 프라이덱




2. 안스리움



나의 입문 안스리움인 레아




안스리움은 동글동글한 잎과 앙증맞은 귀모양이 특징인 식물이다. 식물을 조금 더 알게 되고 식물마켓을 들락날락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아이이다. 나 또한 식집사 입문이었을 때 안스리움의 매력을 잘 모르다가 어느 날 구독 중인 식물 유튜버 분의 영상으로 입덕하게 되었다. 그리고 식물마켓이란 신세계를 경험하며 나의 안스리움에 대한 애정은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미니 플라스틱 온실에 안스리움과 알로카시아 유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 지금은 몇몇 안스리움들의 몸집이 커져서 온실 밖으로 꺼내어 실내습도로 적응시켰다. (이를 줄임말로 실습이라 한다)




우리 집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안스리움 핑클레이



식물마켓에서 우연히 갑작스럽게 당첨되어 가져오게 된 우리 집 안스리움 핑클레이 또한 실습에서의 적응이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 우리 집에서 가장 비싼 몸 값을 자랑하지만 도저히 저 중형 사이즈의 맞춤으로 된 온실장을 들일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오자마자 강제 실습 적응을 시켜버렸다. 처음엔 건조한 환경에 잎들이 갈색으로 타는 부분이 생기나 나중엔 적응을 오래 하면 할수록 깨끗한 잎을 보여줘서 실습에 적응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차선책으로 수태 목도리를 둘러주는 편인데 너무 두껍게는 말고 적당히 2~3시간 불린 수태를 꼭 물기를 짜서 겹겹이 얇게 감싸주고 있다. 나중에 수태에 물기만 살짝 적셔줘도 좋고, 물을 줄 때 수태까지 흠뻑 주면 생각보다 수분이 오래 유지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안스리움 또한 종류가 많지만 생각보다 몇몇 개체들은 귀하기도 하고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기에 비교적 흔한 안스리움부터 조금씩 모으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우리나라 식집사 분들의 엄청난 번식 능력 덕분에 가격이 많이 내려가 접근성이 많이 좋아진 편이다. 다른 식물들을 키워보다가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상승했다면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식물 온실과 작은 식물 친구들






3. 필로덴드론



그림 같은 잎맥이 예술인 남미 글로리오섬




드디어 우리 엄마가 가장 애정하는 식물인 필로덴드론이다. 이 필로덴드론은 하트 같은 귀여운 잎 모양에 빵빵하게 넓은 잎 크기가 특징이다. 그래서 식집사 분들께선 필로덴드론을 빵떡잎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그 별명이 정말 이 필로덴드론과 찰떡이라 느낀다. 키우면 키울수록 잎 크기가 뻥튀기처럼 커지는데 빵실 빵실한 잎 자태가 너무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성장속도도 빠른 편이라 여름날 엄청나게 잎이 커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필로덴드론 입덕 계기는 아는 지인 분께서 내게 엘초코라는 필로덴드론 종류 하나를 선물해 주셨는데 그 아이를 키우면서 필로덴드론의 매력을 서서히 알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나의 첫 엘초코는 고화도 토분과 맞지 않아 운명하게 되었고 나는 그에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식물마켓에 다녀와 새로운 필로덴드론 엘초코를 데려왔다. 그리고 엄마 또한 서서히 그 엘초코 성장을 보시면서 입덕하시게 되었다.


그로 인해 위의 남미 글로리오섬은 엄마의 원픽으로 데려오게 된 아이이다. 알고 보니 이 종류 또한 많은 사람들이 키우고 있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식물이었는데 엄마는 대중적인 취향을 잘 고르는 안목이 있는 듯하다.



은은한 실버 펄이 매력적인 필로덴드론 소디로 이



의외로 식물마켓이나 화훼단지를 둘러보면 필로덴드론 몇몇 종류들이 굉장히 싼 값에 나와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엄마의 예민한 촉에 걸린 아이들은 싼 값과 예쁜 모습 때문에 선택되어 우리 집에 오게 된다. 이쯤 되면 눈치채셨겠지만 이 필로덴드론 또한 종류가 매우 많다. 그래서 고수 식덕분들께서 필로덴드론의 종류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모은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필로덴드론은 큰 잎이 매력적이지만 때론 부동산을 너무 차지한다는 슬픈 사실에 심심찮게 분양되는 편이기도 하다. 그때 운이 좋다면 정말 좋은 가격으로 필로덴드론에 입덕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두 번째 필로덴드론 엘초코







위의 세 가지 식물들은 이국적인 매력을 지니고 시원시원한 큰 잎을 가졌으며 종류가 많아 모으는 재미가 쏠쏠한 공통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식물들이 우리 집에서 비교적 잘 자란다는 경험까지 습득하며 (물론 문명의 이기를 이용한 면도 크다) 특정한 식물들을 모으거나 기르는 것으로 점점 굳혀가고 있다. 특이한 식물이 좋다는 한결같은 취향 또한 한 몫했지만 말이다.


안스리움이나 알로카시아의 경우 키우기 어렵다고 잘 알려진 친구들인데 이는 집안 환경과 어떻게 관리해 주느냐에 따라 식물들의 상태가 확연히 달라지기에 쉽사리 어렵다고만 단정 짓기엔 한계가 있다.


키우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이들이 물은 좋아하는데 과습에 취약하여 죽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계속 내가 속한 주변 환경의 온도, 습도, 채광의 조건을 파악하며 물이 얼마나 빨리 증발되는지 그에 따라 물 주기를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경험을 하며 알아가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이론이 완벽하더라도 실전은 전혀 다른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저하거나 이 멋진 식물 입덕을 포기하지 말기 바란다. 이 식물들이 매력적으로 보이고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면 시작해 보아도 충분하다! 나의 경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주먹구구식으로 하나 하나 직접 부딪혀가며 때론 과습으로 잎을 물러보기도 하고 다시 물 주기를 바꾸며 되살리는 등 나름의 식물 키우기 노하우를 체득하고 있다. 이 과정들 하나하나가 굉장히 성취감을 주며 바쁜 하루 속 내게 싱그러운 초록색 쉼표를 달아주는 환기가 되어준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식물들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하루도 같지 않음을 깨닫는다. 성장의 과정이 느리더라도 착실하게 성장하며 커져가는 나의 식물들을 보며 어떻게 보면 사소하지만 그 내재된 의미는 굉장히 큰 용기를 얻는다. 나 또한 결국엔 성장을 통해 커져갈 것임에. 그렇게 식물 키우며 나를 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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