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연 Feb 20. 2024

나 자신을 발가벗긴 수련

인텐시브 요가 클래스 수련은 처음인데요,





1월 23일, 화요일 나는 큰 마음을 먹고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러 갔다. 그 선생님의 빈야사 시퀀스는 매우 독특한데, 요가의 부드러움과 유연함을 이용한 창의적 시퀀스에 근력 키우기라는 큰 한 숟갈이 얹어진, 그 선생님만의 특유의 스타일과 느낌이 한껏 묻어나는 수업이다.


빈야사 시퀀스는 선생님의 창의력과 의도에 따라 매우 무궁무진하게 변화되고 변주가 가능하기에 각 선생님의 티칭에 따라 매우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빈야사 요가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그냥 시퀀스 수업도 매우 힘이 들지만 이 날은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왜냐하면, 무려 난이도가 한껏 상승한 인텐시브 클래스였기 때문이다.


보통 클래스의 아사나 난이도도 높은데 인텐시브는 더욱 그러하다. 심지어 그 아사나들의 연결동작들도 어마무시할 만큼 많은 근력과 높은 유연성이 요구된다. 나는 그래서 기대를 한껏 안고서 호기롭게 신청한 뒤 수업을 들으러 갔다. 왜냐하면 그간 동네 요가원의 수련을 통해 더욱 탄탄해진 나의 근력과 유연성에 매우 스스로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엄청난 자신감과 도전정신 등등이 맞물려 자신만만하게 그 클래스에 덤벼들었다.


수업은 2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나는 이 날 나의 첫 인텐시브 클래스 수련을 통해 나 자신 스스로가 완전히 발가벗겨진 기분을 생생히 체험했다. 마치 요가 지도자 과정을 처음 밟을 때 우왕좌왕하던 나의 수련 초기 모습. 마치 요가를 완전히 처음 접해서 우따나사나 전굴자세를 할 때에도 엄청난 땀범벅이 되어 어찌할 줄 몰라하던 나의 풋풋한 초기 모습. 요가를 하기 전 태초의 나. 마치 초기화가 된 나의 몸뚱이와 나의 털려버린 정신에 혼미해져 갔다.


완전히 처음 접하는 고난도 아사나. 몸을 접는 건지 펴는 건지 알 수 없는 현란한 자세들의 향연.

그럼에도 같이 수련하시는 분들의 엄청난 집중력과 유연하게 해내시는 실력 등등.

나는 그 수업의 압도적인 분위기와 난이도에 적응해 나가기 바빴다.


혹독한 시퀀스를 하면서 그럼에도 생생히 경험할 수 있던 건 비단, 고통만이 아니었다.


'무아'를 경험했다.


나의 몸과 마음이 일체가 되어 아무것도 들리지 아니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아니한, 완전히 나에게 몰입이 된 절정의 상태. 경지!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가 아등바등하면서 시퀀스를 따라가다 보니 나에게 집중하여 몰입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그 순간을 더욱 진하게 맛볼 수 있었다. 요가수련하면서 맛볼 수 있는 최상의 맛이다.


두둥실 떠오르는 나의 발과 다리. 나의 손과 손목. 나의 팔과 허리.

몸 부분 부분들이 춤을 추듯 굴곡을 그려가며 무언의 악보를 그려나간다.

그러면서 나의 몸과 정신은 점점 하나가 되어간다.

나는 나의 '한계'를 경험함과 동시에 '무아'를 경험했다.


굉장히 강렬했던 인텐시브 클래스 첫 시간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나의 몸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었으나 나의 마음까지 '한계'를 짓지 말자고 다짐했다.

나 자신이 아직 한참 더 수련이 필요하다는 한계를 알았지만 나의 마음까지 경계 짓지 않기로 약속했다.

스스로에게 다짐과 또 약속을 했다.


그래야 이 '무아'를 경험할 수 있을 테니.


마음의 경직됨, 경계 그리고 명확한 한계는 몸과 마음 서로를 뛰어넘는 차원의 경험을 가로막는다.

그렇기에 나는 이 날의 강렬함과 '무아'를 체험한 값진 경험들을 고이 간직할 것이다.

완전히 발가벗겨진 채로 나뒹구는 나의 땀범벅인 몸뚱이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핸즈온, 그 낯설고도 사랑스러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