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나의 그동안 솔직한 요가 수련 일지에 솔직함이 2000000%가 담긴 이야기이다. 우리는 미디어나 숱하게 들었던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 등을 통해 '요가'라는 신비롭고 예사롭지 않은 이미지 마케팅에 홀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나 또한 '요가'라는 매력적인 존재로 인해 더불어 '나' 자신까지 가치가 올라가고 격이 높아지는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으니 그 어필은 실로 어마무시하다 할 수 있다.
"요가할 줄 아세요?"
이 한마디.
여기엔 요가를 얼마나, 오랫동안, 진중하게 했는지가 모두 담겨있다. 저 한마디에 나의 그동안 했던 수련과 나의 요가생활과 나의 요가에 대한 경험들이 모두 축약되어 있을 수도 있다. 엄청난 한마디다. 단순히 할 줄 아냐고 물어봤을 뿐인데 실로 많은 걸 알 수 있게 된다. 요가를 한다는 사람은 뭔가 특별해 보인다. 건강미가 넘치고, 몸도 유연할 것 같고, 날씬할 것만 같다. 요가를 하면 명상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니 명상에도 조우가 깊을 것 같다. 건강식만 고집할 것 같고 굉장히 건강한 라이프를 즐길 것 같다. 마음씨도 예쁠 것 같다. 사람이 좋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여러 생각의 이야기들이 나열되기 시작한다.
정답이라 하기엔 살짝 뭣하지만, 기어코 답하자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특히 마지막에 대한 답은 더더욱 그러하다. 차분하고 고요한 요가의 대체적인 흐름이나 분위기 특성상 사람들은 요가인에 대해 환상이 유독 짙어 보인다. '도인'같은 이미지와 오랫동안 수련을 해서 굉장히 스스로를 잘 다스리고 마음수련도 잘할 것 같고. 그래서 사람이 좋아 보이는 인상이 강한가 보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요가를 한다고 다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인데, 실생활에서 무의식 중에 살아보면 그렇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요가를 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기 쉽고 그럴 기회가 많아지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이 '좋은'사람인 건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내게 있어서 요가는 달기만 한 존재는 결코 아니었다. 인간관계에 있어 으레 맞이할 수 있는 고통인 매운맛도 작렬하게 선사해 주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의 최초의 배신도 요가원에서 일어났고, 최초의 막말도 요가원에서 들어봤으며, 눈치와 기싸움 등등은 덤으로 얻었다. 요가를 하면서 수련만 할 수 있다면 좋았을 테지만 그 덕에 나는 몸도 마음도 더더욱 단단해졌고 심지가 굵어졌다.
요가를 하면서 내가 숱하게 든 생각은 요가를 단순히 '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란 거였다. 요가를 '왜'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요가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를 같이 고민하는 진지한 숙고를 거쳐야 요가의 진정한 숙련됨이 나오는 거라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요가적 고찰과 성찰이 같이 수반되어야 본인의 요가수련에 대한 밀도가 올라가고 성숙도가 깊어진다. 그것이 진정한 요가수련의 숙성도가 아닐까.
요가를 한다고 하면서 '나쁜'유형의 인간들은 대개 겉멋 부리며 요가를 하면서 여러 고난도 아사나들을 잘 취하는 '나'에 취해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액세서리처럼 요가를 하면 사람들의 선망을 한 번에 받고,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느낌을 받으니까.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요가를 하면서 또 다치기도 잘 다친다. 그러면 요가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둥, 요가가 오히려 독이 된다는 둥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자신을 보호하려들기 바쁘다.
나는 사람들이 요가라는 존재에 접하기 더욱 용이한 오늘날의 현대에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다. 요가는 같이 할수록 에너지가 배가 되고 그에 따른 고양감과 성취감도 배가 되니까. 이로운 것은 널리 널리 퍼지는 것이 더욱 세상을 이롭게 하듯이 우리나라가 요가에 대해 접근성이 좋아지는 사실은 매우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요가를 많이 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다시 우리들의 요가를 하는 자세와 태도 그리고 인간관계를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무조건 '요가'를 '한다'라고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인간관계에서의 문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부딪히며 생기는 문제이지 그 바깥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에 요가를 하는 사람의 문제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요가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말기를.
나라는 사람도 요가를 통해 사람들을 겪으며 이런저런 마음의 멍이나 상처도 입어봤지만 그럼에도 요가가 내게 주는 이로움이 더욱 많았고 더욱 컸다. 요가를 통해 좋은 인연들도 많이 만났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나는 단지 '요가'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환상과 좋은 인상에 속지 않기로 스스로 다짐했을 뿐이다.
그저, 당신이 요가를 하는 사람을 막연하게 좋은 사람이라는 심리적인 오류에 빠져 상처받지 말기를.